네, 이혼했습니다.

#24

by Liz


이현이가 엄마를 만나러 가는 면접교섭은 매주 목요일이다.


나는 목요일마다 회사를 마치고 준영씨를 만나러 간다. 목요일에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 전날까지 야근을 해서 대부분의 일을 끝내야 했다. 야근이 많은 시즌에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숨도 안 쉬고 일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종종 휴대폰을 보며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틈을 내서 전화통화도 한다. 아무리 봐도 30대 후반의 이혼 경험이 있는 남녀의 일반적인 연애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더 준영씨가 좋은 건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내면부터 아낌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을 다시 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보상심리가 내 감정을 더 앞서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이혼 후 애 딸린 워킹맘이 이렇게 뜨겁게 다시 사랑할 수 있을 줄 누가 감히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내가 먼저 좋아한 사람이라 더 운명 같음을, 더 내 삶의 반쪽 같음을 말이다.


수요일까지 야근이 이어지는 날도 있지만 나는 그마저도 즐거웠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이로써 준영씨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야근을 하면서도 표정이 내내 좋다. 피곤하지만 피곤하지 않은 기분이다.


드디어 목요일 여섯 시가 되는 시간이다.

여섯 시를 알리며 자동으로 회사 컴퓨터가 꺼지면 나는 짐을 재빨리 정리하고 회사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매일 내려가는 동선이지만 목요일만큼은 특별하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그 동선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을까.


‘준영씨 나 출발해요.

50분 정도 걸리는 걸로 나와요.‘


준영씨는 일하고 온 나를 위해 집에서 저녁밥을 준비한다고 바쁠 거다. 사업을 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나보다는 시간 쓰임이 자유로워 좋다. 출발 전 간단히 문자를 보내놓고 힘차게 기어를 바꾼다.


어서 가자.

준영씨 집으로.


그 언젠가 준영씨가 이현이를 데리고 본가를 가던 날이 있었다. 마침 그날이 지한이의 면접교섭과 겹치는 날이라 조심스레 내가 물었다.


'준영씨 혹시 이현이 자고 나면.. 올래요?

우리 집으로?'


문자를 보냄과 동시에 내 심장은 말 그대로 쿵쾅쿵쾅을 넘어 터지기 직전이었다. 내가 문자를 보내면 항상 칼대답을 하는 준영씨인데 체감상 그가 5초 정도 머뭇거린 느낌이다.


5초 후 회신이 왔다.


'좋아요. 재우고 연락할게요.

자지 말고 꼭 기다려요.'


'응 알았어요.

대략 언제쯤으로 생각하면 될까?'


'음 열한 시 전에는 출발해 볼게요!

그리고 차량 등록 좀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사실 그때 나는 잠자리에 들기 직전이었다. 샤워도 다 했고 얼굴도 당연히 생얼이다. 그리고 방금 전 샤도네이를 한 잔 마셔서 얼굴도 발갛게 붉어진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 사람이 오기 전에 좀 뭐라도 발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준영씨가 처음 방문하는 여자친구 집인데 집안 구석구석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거실 밖으로 보이는 남산타워 야경도 같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뷰때문에 들어온 이 집. 내가 왜 이 집을 선택했는지는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연애 초반에 너무 100% 민낯은 내가 감당이 안 된다는 뜻이다.


나는 계속 많이 예뻐 보이고 싶으니까.

특히 이 사람에게는 말이다.


아파트 어플을 통해 준영씨의 차량을 사전 등록했다. 살며시 준영씨 차를 즐겨찾기로 올려놓고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 당연히 잠이 오지 않아 눈만 말똥 하게 뜨고 꿈벅거리고 있는데 사전 등록한 차량이 입차하였다는 알림이 왔다. 휴대폰 시간을 보니 열한 시 반이 조금 지나 있다. 잠시 후 5분 후면 그와 내가 우리 집에서 함께 있을 거라니…


미쳤어 이세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