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우리 지한이 엄마가 하원할 때 뭐 사가지고 올까?'
'음.. 초코빵!!!'
'ㅎㅎ 그래 엄마가 초코빵 사 가지고 올게.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있어~'
'네'
'응 엄마 다녀올게.
사랑해 우리 아들. 빠빠~'
한 주가 다시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어린이집 등원을 마치고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오늘은 그나마 수월하게 등원을 마쳤다. 등원하기 싫다고 떼를 쓰는 날이나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유희실에서 뛰어다니며 내 속을 애태우는 날이면 항상 출근이 늦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업무 시간.
은근한 FM인 나는 그 시간을 넘기는 것이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맘과는 다르게 그 시간은 종종 쉽게 넘겨지곤 했다. 자리에 들어갈 때마다 아무도 주지 않을 눈치를 혼자 보며 미안한 듯 불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매일 속으로 이 말을 다짐하면서 말이다.
'내일은 꼭 십분 일찍 나와야지.'
오전 업무를 정신없이 하는 중 준영씨에게 문자가 왔다. 요즘 부쩍 이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준영씨다. 최근 이현이는 엄마와의 면접교섭 중에 제법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엄마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던 중 엄마의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문자가 온 걸 그대로 보고 만 것이다. 면접교섭 중이니 힘내라는 그 다정한 문자를 보고 이현이는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엄마는 계속 남자친구가 없다고 항상 말해왔다고 했다.
아이를 양육하고 있지 않은 이현이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땐 남자친구가 있더라도 없다고 말을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현이는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이다. 이런 관계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아직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어리다. 그 어려운 무거움을 다루기 힘든 그 소재를 이 아이가 어떻게 이해를 해줄 수 있을까.
설상가상으로 마침 준영씨도 나라는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 여자친구와 종종 시간을 보내고 연락하는데 시간을 많이 쓴다는 사실이 이현이의 머릿속에 겹쳐졌을 것이다.
아마 이현이는.. 엄마도 아빠도 행복하게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는데 나만 혼자 남겨질 두려운 미래를 상상하였을 것이다. 그 작은 아이는 그렇게 빠르게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며 열병과 몸살이 함께 왔다.
뜨거운 무언가가 이현이를 매섭게 덮쳤다.
이현이의 그 일 이후로 준영씨는 급속도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의 말투와 문자에 묘한 우울감이 뒤섞였다. 내뱉는 말들과 행동에도 회색빛의 뉘앙스가 돌았다. 갈 곳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는 때때로 서성거렸다.
그는 불편하게 휘청였다.
계속 어떤 점 속에서 맴돌았다.
그는 아마 모를 것이다. 자신의 이런 사소한 변화를.
본인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