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세연아 우리 다음 주는 언제 볼까?'
준희오빠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빠~ 다음 주는 나 화요일이랑 목요일이 괜찮아요.
오빤 언제 돼요?'
'오 둘 다 보고 싶은데 그건 안 될까?'
'아니ㅎㅎ 그것도 좋은데 일단 하루 골라봐요.'
'그럼 화요일에 갈게. 빨리 보고 싶다'
'응 좋아요! 뭐 먹을까?'
'오빠가 몇 군데 찾아볼게~ 회사 근처만 피하면 되지?'
'네네 ㅎㅎ 고마워요 오빠.'
준희오빠는 항상 고급 레스토랑만 예약해 왔다. 사업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만나면 뭔가 모르게 여유가 느껴졌고 다양한 방면으로 아는 것도 많았다. 데이트를 하고 와서 언니에게 이것저것 얘기를 하면 언니의 마지막 문장은 항상 이랬다.
'그 사람 사기꾼 아냐?'
'사기꾼ㅎㅎㅎ
아니 언니 ㅎㅎㅎㅎ 동생한테 할 소리야?'
'진짜 사람 모르는 거야 조심해.'
'하.. 근데 언니 말도 맞아. 정말 모르지 뭐.
소개팅 어플로 만났고, 이 사람 어디 대기업 회사 소속도 아니라 친구들한테 물어볼 수도 없어. 심지어 사업을 하니까 전혀 검증이 안 된달까.. 진짜 이 사람이 나한테 작정하고 거짓말해 버리면 나는 하염없이 속을 수밖에 없는 거지'
'어 그니까 조심해.
어디 여행 가자고 하면 나한테 꼭 말해라 이세연.'
'왜 또 ㅎㅎㅎㅎㅎㅎㅎ 여행 왜?'
'야 장기라도 빼먹을 속셈이면 어떻게 해.
내 동생 아까워. 안 돼.'
'아 뭐래 ㅎㅎㅎㅎㅎ
알겠어 ㅎㅎㅎㅎ 조심하겠사옵니다.'
이른 저녁쯤 퇴근한다는 준희 오빠가 레스토랑 몇 개를 보내왔다. 오빠의 레스토랑 리스트는 항상 호텔이나 미쉐린 가이드, 네임드 고급식당이다. 그중 가고 싶은 레스토랑을 고르고 약속을 잡았다. 약속 시간을 정하며 나는 깨달았다. 준희오빠를 멀리서 보자마자 입가에 웃음이 자동으로 번질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민수와 준희오빠를 번갈아가며 만날 때마다 내 감정의 방향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조금씩 알 수 있었다. 같이 있을 때 조금 더 웃음이 나는 사람. 내가 더 긴장을 하게 되는 사람. 잘 보이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어 화장에 좀 더 공들이게 되는 사람. 대부분의 화살표는 준희오빠를 향한다. 아마 나는 준희오빠에게 정착하고 싶은가 보다. 우리 언니 말처럼 사기꾼일지도 모르는 이 사람을 대체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모른다. 생각해 보면 미션 그 자체인 사람.
'왔어?'
'응 오빠. 빨리 왔네요.'
'응 여의도에서 미팅이 있어서 끝나고 좀 시간이 남았어.
세연이 보고 싶어서 미리 와있었지.'
'ㅎㅎ 뭐야 ㅎㅎ
더 잘생겨졌네요?'
'세연이도 왜 지난주보다 더 예뻐진 거지?'
'ㅎㅎ 뭐래. 우리 뭐 먹을까?
배고파요 오빠.'
'여기 저번에 몇 번 와봤는데 새우요리랑 가지 맛있던데.'
'그럼 그거 시켜보자.
술은?'
'오빠 차 가지고 왔어.'
'응응 그럼 먹다가 느끼해지면 탄산 하나 시켜요.'
가슴이 두근두근 하다. 이건 민수와 있을 때는 나오지 않는 텐션이 확실하다.
준희오빠를 만나며 민수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이도 아니기 때문에 정리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준희오빠와 잘 되지 않더라도 민수는 내가 결국 선택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해졌을 뿐이다.
민수와 나 사이의 감정의 속도가 다르기도 하고 내 감정이 빠르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민수를 향한 마음이 그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거다. 민수도 좋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희망고문을 주고 싶지 않다.
준희오빠와의 데이트 내내 내릴 수 없는 내 입꼬리는 어찌하나.
이제 언니 말처럼 이 사람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도 궁리해 봐야 한다.
정말 이세연의 삶.
참 쉽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