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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Apr 05. 2024

아이가 욕을 듣고 왔다

엄마의 미숙한 대처법...

첫째 아이는 학원을 다녀올 때면 하나의 일과를 마무리했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며 환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온다. 어제는 그런 아이가 울면서 집에 들어왔다. 나는 뭔가 큰일이 났나 걱정과 당황스러움을 느끼며 침착을 잃고 무슨 일인지 채근하기 시작했다.   

                 

 “엄마, 나 속상한 일 있었어.”

 “왜? 무슨 일인데?”

 “1층 현관에 들어오는데 어떤 애가 우산으로 나를 막 찌르려고 했어.”

 “응. 우산에 찔렸어? 걔가 비 털다가 그런 걸 잘못 본 거 아니고?”

 “아니야! 나를 따라오면서 막 찌르는 척했어.”

 “찔려서 아파서 우는 거야?”

 “아니, 몸에 맞지는 않았는데 걔가 계속 그래서 내가 ‘야! 하지마!’하고 말했어.”

 “응.”

 “근데 걔가 ‘씨’로 시작하는 무슨 욕 있지? 그 말을 나한테 했어.”

 “왜?”

 “몰라, 내가 ‘야! 하지마!’ 그랬는데 걔가 그렇게 하고 갔어.”

 “그래서 그 앞에서 울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걔는 아는 애야?”

 “아니, 처음 보는 거고 2학년인 것 같아.”

 “어떻게 아는데?”

 “걔 몸이 나보다 작고 윤이보다는 크고 그랬거든.”


이런 일이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아이를 달래야 할지, 다음에 어떤 대응법을 알려줘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맞닥뜨리게 되면 나는 사회의 어른과 엄마의 마음이 다르다고 느낀다. 어떤 선택으로 말을 한 뒤에도 찝찝함이 남는다.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며 상대에게 얕보였을까 봐 나는 언제부터 울기 시작했는지부터 확인했다(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서 언제부터 울었어?”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와서 우리집 앞에서... 그런데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해?”


아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우는 아이를 달랬다.


 “아니, 엄마도 놀라고 화가 나서 말했는데, 그렇게 느꼈구나. 미안해. 너무 놀라고 기분 나빴겠다. 엄마도 이야기 들으니까 너무 화가 나는데 너도 그랬겠다. 집에 들어오니까 마음이 안정되서 눈물이 막 나기 시작했구나.”


 그리고 경험담들을 풀었다.


 “엄마가 운전하고 갈 때 우리는 신호 지켰는데 뒤에서 안 비킨다고 갑자기 창문 내리고 욕하는 사람 있었지? 그때 엄마가 어떻게 했어?”

 나는 창문을 닫고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옆에서 들리는 소음을 차단하면서 아예 그쪽은 쳐다보지 않았다. 솔직한 엄마의 마음으로는 아이가 빨리 그 상황을 피해 나오기를 원했다. 그러나 아이는 대응책을 물었다.

     

# 1.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너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이야?’하고 어른처럼 물어봐.”

# 2.

 “그래도 계속 심해지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알리거나 엄마나 아빠한테 전화해.”

# 3.

 “살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길 때도 있어. 상황에 따라 같이 싸워야 할 때도 있고 피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때는 너무 화가 나고 같이 붙어서 싸우고 싶어도 조금만 지나고 나면 까먹기도 하더라? 오래 기분 나쁜 사람이 더 안 좋은 거야. 그러니까 얼른 잊어버리자.”     

# 4.

 이 밖에도 욕을 한 번 하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더 쉽게 나온다는 점, 누군가를 때리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 등등 내 잔소리는 이어졌다.     


 아이가 살아갈 자신의 세상에서 부모가 따라다니며 환경을 통제해줄 수 없음이 한 번 더 인식되는 날이었다. 아이가 마주치는 당황스러운 상황들에서 스스로 어떻게 방어하고 잘 넘어갈 수 있는지, 현명한 부모라면 어떻게 알려주고 대응할지 미숙한 나의 대응을 돌아보며 너무나 궁금하다. 하지만, 또 금방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웃고, 농담하며 좋은 순간들을 보내고 있으면서 굳이 안 좋은 일을 다시 꺼낼 필요 없이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이 현명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같은 날, 아이는 구몬선생님과 장난을 치고 함께 웃었다. 다음 날, 아이에게 가끔 쓰는 편지 노트에 내 마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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