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달성에 동원되는 반려견

남편의 앙큼한 목적

by 송주

남편은 다이어터다.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났던 25년전

그는 호리호리 했지만 다부진 체격의 청년이었다.

25년에서 대략 8년 정도를 뺀 나머지 17년 동안 남편의 입에선 살을 빼야 겠다는 말이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먹성 좋은 남편의 식탐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지 꽤 오래다.

그렇게 계속 불어나던 남편의 살들은 가속이라도 붙는 건지 매 순간 몸무게의 숫자들을 최고에서 다시 최고치로 경신하게 만들었다.


늘 다이어트와 먹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번뇌와 갈등을 하는 남편이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먹느냐 참느냐의 줄달리기에서 먹는 쪽이 완승을 거두며 집어 든 아이스크림이 늘 그렇듯 크림이를 자동으로 부른다.


크림이는 부동자세로 남편 옆에서 아이스크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자리를 잡고 앉는다.

당연히 크림이 몫은 없다.

남편은 크림이의 아이스크림을 갈구하는 눈빛이 부담 스러워 내게 크림이를 데려가 줄것을 요구 했지만 소용 없는 일이다. 홍길동 저리가라 수준으로 잽싸게 다시 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잠시후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남편은 귤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귤을 깐 후 작은 한 조각을 크림이에게 주고 나머지는 본인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억울한 듯 귤까지 먹게 되었다는 듯한 뉘앙스로

"크림이 때문에 귤까지 먹게 됐네"


그렇게 크림이는 남편의 소기의 목적 달성에 동원 되어 작은 귤 한 조각을 얻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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