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끼적여 봅니다
실행
신고
라이킷
70
댓글
30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송주
Nov 20. 2024
시골이 있어 좋은 점
결국 마무리는 NO염치
시골에
연고가
있으면
좋은
점이
많다.
시댁은 아버님
퇴직 후 시골로 집을 옮기셨다.
시댁 어른들은 집 옆의 땅에서 흙을 일구고 밭작물을 기르기 시작하셨다.
동남아도 아닌데 시댁
밭
에서는
손만 뻗으면
일용할
양식들
을
얻을
수 있다.
동서와
마주 보고
서서
풋고추를
따던
중 밭고랑
끝
에 다다랐다.
허리춤까지 오는 고추 줄기 옆에
사과나무가
한그루 서 있었다. 작은 사과들이 서너 개 무리 지어 달린 모습이 앙증
맞고
먹음직스러웠다.
"형님
사과
따 갈까요? 맛이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나는 동서의 말에 사과
한 개를 땄다.
사과
껍질
에
묻어 있는
옅은 먼지를 옷소매로 쓱쓱 닦아 내고 한 입 베먹었다.
"음 맛있어요."
동서와 나는 예쁘고 둥근 모양의 사과를 골라 비닐봉지에
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사과
따가라는 말은
안 하셨는데 괜찮겠죠?"
"나도 몰러요. 그냥 따요."
동서와 나는 마치 서리하듯 사과를 따서 봉지에 넣고 꼭 묶었다.
이번에는 배추와 무 차례다.
어머니가 배추와 무를 속아 내주시면 뒤에서 나와 동서가
비닐
포대에
담았
다.
배추와 무를 가져오면 김치는 친정 엄마가
담가
주시기로 하셨다.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하지만
외가도
친가도
모두 시골에 있었기에 시골의 풍경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
농기계가 없던 시절 손으로 모를 심던 모습도 가을에 낫으로 벼를 베던 모습도 보며 자랐다.
나도 낫질을 해 보겠다며 낫으로 벼를 베다 손가락을 벤 적도 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해지셨을 때쯤에는 타작을 거들기도 했다.
딱
한 번이지만...
그리고
농사는 똥줄이 빠지는 고생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농사를 짓던
어른들과 농부의
딸이었던
엄마로 인해
시골에서
고춧가루며 참기름이며 웬만한 농산물은 얻어먹기 일쑤였다.
농사를 짓는 일이 얼마나 큰 고생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철없고 돈 없어
받아먹기만 했다.
고생은 어른들이 하고 내리사랑을 고스란히
받기만
하던
어느 날
할아버지들이
연차를 두고
돌아가셨다.
그리고 할머니들도
차례로
돌아가셨다.
가을마다 포대로 이고 오던 쌀도
돌아가신
듯 오지 않았다.
한 포대의 쌀을 어깨에 지고 오던 남편의 짜부라진 표정도 더는 볼 수 없었다.
그때가
좋았는데
이제는
배달 기사님이 쌀을 들고 온다.
친정엄마가
주신
수제 고추장이 다 떨어져 마트에
갔다가
가격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집에 널리고 널린 고춧가루가 그렇게 비싼지
처음
알았다.
받아먹을 때는 소중한지 모르던 많은 식재료들이 궁해졌고 귀해졌다.
특히
쌀
...
나는 밥도 조금 먹는데 돌아서면 쌀 10킬로가 온데간데없다.
세상에
마땅한 건 있어도 당연한 건 없다.
그럼에도 당연한 듯 받아왔던 많은 것들이 아쉬운 걸 보니 나 역시 속절없이 간사한 인간이다.
마트에 갔다
비싸 오이
한
개를
들었다 놨다
망설였다.
부모님 덕에 걱정 없이 먹던 많은 밭작물에 하염없이 감사하다. 설령
어느 날
이
귀한 것들이 끊긴다 해도 그간 받은
사랑만큼은
기억할 것이다.
오늘은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속마음을 풀자면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데 내 아들들이 고추장이며 된장이며 다 사 먹어야 한다면 얼마나 돈이 많이 필요할까 걱정이 되었다.
나도 엄마처럼 이것저것 손수 만들어 아들들에게 줘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려면 작물을
키워야 하고 먼저
밭이 있어야 한다.
밭이라~~
부모에게 받아 놓고 내 자식을 걱정하는 모습이라니.. 결국
오늘의 이야기는 간사하고 염치없게 마무리되고
만
다.
keyword
농사
농작물
시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