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달콤한 이름
지금이야 하우스가 있어 돈 있고 마음 있으면 사시사철 딸기를 먹을 수 있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아니었다.
내 기억으로는 살짝 더워질 무렵 딸기가 맛있게 간식으로 내어지곤 했다.
나는 빨간 딸기 노란 참외 같이 여름이 오기 전에 나오는 과일을 좋아한다.
엄마는 딸기를 깨끗하게 씻어 꼭지까지 따서 내게 내어 주었다.
나는 그 당시 인기 있던 가요 프로가 시작할 때면 언제나 거실 티브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진 그 시간 빨간 딸기는 접시에 담겨 엄마의 손에서 내 옆으로 건네졌다.
티브이에 시선을 고정하고 딸기 한 알을 입에 넣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 없을 정도의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곤 했다. 4월 말 해가 서쪽으로 각을 꺾으며 풍기는 그때의 뭉근한 분위기를 여전히 잊지 못한다.
딸기 씨가 톡톡 씹히는 소리를 즐기며 인기가요에 시선을 고정했던 그때는 어른들이 이 재미있는 가요 프로를 왜 안 보는지 몰랐다.
그 이유를 알게 된 지금
나는 "사는 게 뭐 이래?" 하는 혼잣말이 나올 때
딸기를 입에 넣던 그때 그 순간을 소환해 위로받곤 했다.
한 알 한 알 자식을 생각하며 꼭지 따 내어놓던 딸기를 이제 직접 씻어 꼭지를 떼어내고 아들들에게 내어 놓는다.
꼭지를 떼어내는 수고는 먹는 사람을 위한 진한 사랑임을 아는 사람도 되어 버렸다.
딸기가 쏟아져 나오는 계절이 오면 내가 늘 하는 일이 있다. (시장에 벌써 딸기가 세 통에 만원이더라고요.)
바로 딸기잼 만들기이다.
딸기가 좋으니 딸기잼도 좋고 한번 만들어 먹어 본 후로는 사 먹지 못하게 되었다.
시판 딸기잼은 딸기 함량부터 내 기준에 미달이고 달기는 또 얼마나 단지..
내가 만든 딸기잼은 딸기 100프로에 설탕 양 조절도 가능하니 맛과 건강을 위해 노려 볼 만한 수제 식품이다.
오늘은 제대로 올려 보리라 마음먹고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지금부터 Here we go ~~
준비물: 딸기, 알룰루스 , 레몬즙
1. 꼭지 딴 딸기를 깨끗이 씻습니다. 무려 6통
꼭지 따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외치며 열심히 칼로 꼭지를 따 줍니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꼭지와 딸기가 반대로 들어가니 집중 또 집중이에요.
2. 씻은 딸기를 큰 냄비에 붓고 막 주물러 줍니다. 이때 나타난 중 3 아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촉감 놀이를 시작합니다. 아들 때문에 미운 사람 얼굴을 떠올리며 사정없이 으깨고 싶던 제 기회는 날아가 버렸습니다. 저는 부드러운 걸 좋아해서 블렌더로 한번 더 갈아 주었습니다.
3. 딸기를 졸이다 보면 완성되기 직전 사정없이 튑니다. 가끔 욕 나올 정도로 튑니다.
저는 이면지를 붙여 여기저기 튀는 끈적거리는 잼으로부터 인덕션과 타일을 보호할 예정입니다. 모양이 몹시 빠집니다. 요리 인플루언서는 못 할 듯합니다.
4. 이제 잼에 빠지면 큰일 나는 설탕을 넣어 줍니다. 단 것을 싫어하는 저는 딸기 : 설탕 = 1: 0.5로 맞추었습니다. 이번에는 무설탕으로 만들어 보고자 알룰루스를 사용했습니다. 사실 설탕은 알아서 조절하셔도 되고 맛보고 조절하셔도 됩니다. 거품이 많이 올라오니 걷어 내 가며 졸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인내심 필요한 과정에 들어갑니다. 수시로 저어주며 4분짜리 노래를 열 곡 정도 불러 주면 됩니다.
5. 3분의 1 정도 졸여졌을 때 가장 중요한 농도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찬 물에 잼을 조금 떨어뜨려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으면 합격입니다.
이때 주의 할 것은 정말 모양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 됩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생각이 들 때 한 이분 더 졸여야 잼 농도가 적당해지더라고요.
아래 사진들은 다 불통입니다.
6. 윤기 나는 색감을 위해 레몬즙 두 숟갈 추가 합니다.
7. 이제 용기를 열탕 소독한 후 완성된 잼을 용기에 담아 주면 완성입니다.
달달한 딸기 냄새가 집안에 가득했습니다.
아들이 나갔다 들어오며 '아 ~~ 딸기 냄새."
하더라고요.
아들도 오랜 전 저처럼 이 냄새와 분위기를 오래도록 기억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