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주는 위로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왜 모든 일을 철학적으로 이해해?"
"너도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안 오면 더 좋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네가 자꾸 속 터지게 하니 그렇지."였다. 엄마가 돼서...ㅠㅠ
어쩜 이렇게 인생이 내 뜻대로 안 될까?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각기 다른 불공평의 선상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앞에 놓인 장애물이 많은 사람은 더 힘들 것이고 넘어진 김에 주저하다 못 일어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길도 아우토반 마냥 뚫려 있길 바랐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과 같은 바람일 뿐이었다.
진지한 사람들이나 공부하는 학문에 지나지 않았던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의 고통에 이해를 구할 곳이 필요했다. 결혼 후 그랬고 자식을 기르며 구원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행복을 전제로 시작하지만 대부분은 견뎌내야 할 시간들로 채워졌다.
"우리의 불행 중 절반은 혼자 있을 수 없어서 발생한다" -쇼펜 하우어-
나는 이 말을 떠올리며 내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다. 노력이 뜻을 이룬 건 아니지만 팔자려니 생각하고 있다.
나처럼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철학에 대해 몰라도 쉽게 읽어지는 책을 발견했다. 책 내용이 전혀 어렵지 않다.
사람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도 상처를 받고 위로 받고 싶어 한다.
책은 네 가지 큰 주제를 다루고 있다.
1장 나를 사랑하기 힘든 날, 철학책을 읽다.
2장 타인이 지옥으로 느껴지는 날, 철학책을 읽다.
3장 세상이 삐딱하게 보이는 날, 철학책을 읽다.
4장 마음이 무너져 슬픈 날, 철학책을 읽다.
각 장 마다 익숙한 때론 낯선 철학자들이 소개된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려 새벽 기상을 하던 작가는 대상 포진에 걸리고 만다. 아침형 인간, 미라클 모닝이 성공의 지름길인양 퍼지고 있던 때였다. SNS 속 많은 이들이 일찍 일어나 그 시간에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미라클 모닝의 파도 위에 올라탔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자 새벽 수영에 등록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수영장 지각은 다반사였고 오후 세시 무렵이면 병든 닭처럼 눈이 감겼다. 잠 많은 내가 아침형 인간 따라가려다 폐급이 된 형국이었다.
작가는 타인과 비교하며 수치를 통한 행복을 찾으려 하던 본인에게 보에티우스의 문장을 소개한다.
"네가 불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불행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너의 운명은 무엇이 되었든 네게 행복하고 복된 것이 된다. 아무리 행복하고 복된 운명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운명에 전적으로 만족해서 그 운명을 전혀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인간의 삶은 제아무리 달콤한 삶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속에 아주 많은 쓴맛이 섞여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
미라클 모닝보다 잠 한 두시간 더 자는게 내 행복이었다.
타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 내 불행의 덩어리만 키운 게 아닌가 돌이켜 봤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만 고단한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철학의 위안 속 보에티우스의 말을 떠올려 봐야겠다.
작가는 나이를 앞세워 꼰대의 모습을 보이는 자신을 경계한다.
헛!! 내 얘긴가...? 생각했다. 나이가 주는 오지랖은 실로 대단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껴서 훈수를 두고 싶어 입이 근질 거리기도 했다. 지인에게 충고랍시고 쓴 말을 한 적도 있다.
작가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속 문장을 전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굳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는데 인생을 허비하지 마라. 누가 무엇을 왜 하는지 다른 사람의 말이나 생각이나 계획 따위에 관심을 빼앗기다 보면, 정작 자기를 다스리는 내면의 소리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져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다."
나이 들수록 말을 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간섭을 하고 고집을 피우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반성하게 되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타인의 인생을 내 잣대로 재단하기보다 내 마음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불안을 달래기 위해 읽고 씁니다."라는 서두를 보고 작가가 일상도 나와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평온할 것 같던 내 불혹은 여전히 속절없이 답답하기에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더 와닿았다.
책 속의 많은 철학자와 그들의 지혜로운 명언들이 마음의 숨길을 내주는 듯했다.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고 답답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럴 때 잠시 <나를 사랑하기 힘든 날 철학책을 읽다.>를 펴 보자.
책 속 나오는 철학자들을 알게 되는 것도 쏠쏠한 재미 인 책 <나를 사랑하기 힘든 날 철학책을 읽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