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을 읽고

by 송주

구와 담

둘은 소꿉친구로 시작해 오랜 기간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리고 사춘기 이후 단순히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며 언제나 함께한다.

담은 할아버지와 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모와 살고 있다. 담은 부모가 누군지 왜 본인이 할아버지와 살고 있었는지 조차 모른다. 이모는 담이의 유일한 혈육이다. 그리고 구는 담이가 이모 이상으로 믿고 사랑하는 존재이다.


구는 빚만 잔뜩 있는 가난한 집 아들이다. 구는 태어나자마자 빚더미 안에서 버둥거리는 부모님을 보며 자란다. 부부 싸움은 필연적이었고 그들은 아들인 구에게 별 관심이 없다. 구는 자라면서 부모님의 빚이 갚아도 더 늘어나기만 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느 날 결국 부모님이 사라졌고 구는 빚쟁이들에게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된다.


구와 담은 함께한 시간만큼 연민과 사랑으로 똘똘 뭉쳐 서로에게 의지한다.

구가 일하는 공장 직원 아들 노마와 구, 담은 친하게 지낸다.

구의 퇴근 후 셋은 집으로 돌아오며 포장마차에 들른다. 늘 셋을 그랬다. 하지만 붕어빵이 다 팔려 어묵을 먹게 된 그날 노마는 트럭에 치여 죽게 된다. 노마의 죽음을 목격한 둘은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서로의 얼굴을 보면 기억이 떠오를까 만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른다. 그 사이 구는 장미라는 이름의 누나와 동거하며 잠시나마 물리적 따뜻함을 느낀다. 하지만 늘 담이가 그립다.


담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마트 정육점에서 일하며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낸다. 담이 역시 늘 구가 그립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


결국 둘은 재회하고 사채업자들을 피해 이곳저곳을 떠돌며 산다.

하지만 어느 날 구는 사채업자에게 잡혀 끔찍한 모습으로 죽게 된다. 구를 찾아 헤매던 담이가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이가 빠지고, 눈이 붓고, 망신창이가 된 구를 발견한 후 집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너무나 아팠던 구를

평생을 아팠던 구를

담은 결국 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간직하기로 한다. 어느 누구도 구를 찾지 못하게 어느 누구도 구를 해치지 못하게 온전히 구와 영원히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첫 페이지에 죽음 구의 머리카락을 삼키는 담이가 등장한다. 사실 책을 덮을까 생각했다. 죽은 연인의 시체를 먹어 영원을 함께 하겠다는 기이한 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교걸인 나는 중간중간 등장하는 선정적인 묘사 역시 살짝 거슬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은 끝을 향해 갈 수로 너무 아파 놓을 수가 없었다. 죽은 구와 그를 먹는 담이 서로를 향해 독백처럼 질문하는 부분 역시 슬프고 아프다. 세상에 둘밖에 없었고 둘 중 하나가 먼저 죽으면 그 시체를 남은 한 명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 가엽은 둘이었다. 담은 구를 먹으며 영원히 구를 기억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이 담이 구가 없는 세상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소설의 한계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 <구의 증명>이었습니다. 소설 속에는 필사하고 싶은 많은 문장들이 있습니다.

"당신도 당신이 그리 느닷없이 죽어버릴 줄은 몰랐겠지. 애 고 어른이고 우린 도통 아는 게 없었다. 이런저런 생 활의 지혜 같은 것은 기가 막히게 잘 알면서도, 자기 삶을 관통하는 아주 결정적인 사실은 모른 채로, 때로 는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로도 우리는 그럭저럭 살았던 것이다. "


첫 부분이 거북하다고 책 덮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때는 아닌 것 같았다. 구는 너무 바빴다. 새벽에는 시내의 큰 야채가게에서 야채를 받아 정리하는 일을 했다. 낮에는 학교에 가야 했고 저녁부터 밤늦게까지는 공장에서 일했다. 공장에서 만들어낸 물건을 커다란 트럭으로 옮겨 신거나 내리는 일을 하며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주말에는 편의점 두 곳을 돌며 밤낮으로 일했다. 그렇게도 살 수 있을까 싶었지만, 구는 그렇게 살아냈다."

구의 삶이 얼마나 처절한 고역이었는지 보여진 부분이에요. 이것이 소설이길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현실에서 구를 만난다면 따뜻한 밥이라도 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픔이 오랜 가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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