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할 말이 없을 때는 상대가 한 말을 따라서 해보거나, 아니면 감정을 유도할 만한 질문을 한다.
리더십 수업에서는 굳이 뭐 저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상대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어느 땐 그저 어떤 유명한 리더의 방법론을 강요하듯이 가르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공감하고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나는 진짜 'T'인가 싶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공감을 해주는 팀장과의 대화를 상상해 보면서 왜 내 팀장은 이런 공감 능력이 1도 없는데 팀장이며, 그런 팀장 밑에 있는 나는 왜 상대에게 공감을 해줘야 하나 싶기도 하다.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리더십 수업에서 이렇게 공감을 강요하는 걸 보면 요즘 리더는 공감이 필수인 것 같다. 그러니 팀을 원하는 방향으로 팀원과 함께 끌고 가려면 F감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공감을 해야 한다면 리더 따위는 안 하는 것이 참 좋겠다 싶다.
그동안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내 업무에 치이다 보니 웬만하면 다른 이들과 엮이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했고, 또 일이 많아지니까 다른 사람의 업무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공감 따위는 사치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했고, 또 그 부분에 대해 차단하고 아예 싹조차 틔우지 않으려 했던 것이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이 되는 부분도 있다.
강사는 롤플레잉을 해보자며 두 명씩 짝을 지어준다.
두 명이 짝이 되어 팀장과 팀원의 대화를 연습해 보고 그 내용에 대한 시나리오를 적어서 제출하라고 했다.
나의 대화 상대는 딱히 생각나는 사례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제안했다.
"저는 최근 회사 후배와 겪은 황당 사례가 있고요, 팀장과 겪은 황당 사례가 있는데요. 어떤 것으로 해보실래요?"
대화 상대는 팀장과 겪은 황당 사례가 좋겠다고 했다.
나는 팀장에게 들은 말들을 파트너에게 쏟아냈다.
"네 업무는 우리 팀에서 중요하지 않아. 일주일이면 될 일을 한 달 동안 하고 있는 것 같아. 다른 팀원들은 일이 많아서 몸이 갈려나갈 지경인데."
"그리고 말이야, 우리 팀 사람들도 그렇고 다른 팀 사람들도 너와 같이 일하기 싫대. "
"그래 알겠는데, 다들 너랑 일하기 싫어하니까 혼자 일해."
"그리고 말이야 누가 그러던데 네가 팀에 대한 안 좋은 얘기를 그렇게 하고 다닌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나는 널 팀에서 내보낼 생각은 없어."
이 말을 들은 파트너의 반응은 처음엔 나와 비슷했다.
"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그다음에는 계속해서 한탄 섞인 말들이 나왔다.
"어우."
"하아."
파트너가 롤플레잉을 통해 내가 팀장으로부터 들은 말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고 머리를 싸매는 모습을 보니 내가 오히려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팀장은 이런 모습을 보고자 나를 괴롭힌 건가 싶기도 했다. 만일 그랬다면 더 나쁜 놈이다.
시나리오는 모두 완성됐고 롤플레잉이 끝나고 나의 파트너는 말했다.
"이 정도면, 빨리 팀을 떠나셔야 할 것 같은데요."
나는 너무 힐링된다며, 롤플레잉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상담 선생님이 상황이야 어찌 됐든 주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번 이야기를 하면 결국 그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며, 이 또한 하나의 치유의 수단이라고 했는데, 약간 그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