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dow Jun 03. 2024

직장 동료가 350만 원을 더 빌려달라고 한다

나와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직장 동료J는 어머니가 아프신데 간병인에게 급히 돈을 부쳐줘야 한다며 내게 5월 8일 어버이날에 470만 원을 빌려갔다. 돌아오는 월급날에 갚겠다면서.  

https://brunch.co.kr/@noon/193


월급날인 금요일이 되자 퍼뜩 그가 빌려간 470만 원이 생각났다.

오늘이 갚기로 한 날인데...

그는 점심이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그의 일정을 조회해 보니 휴가다.


그래.

다음 주 월요일까지 기다려 보자.


주말이 지나 다음 주 월요일이 되었다.

여전히 그는 연락이 없다.


점심을 먹고 돌아와 사내 메신저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부장님..."

그는 다급하게 회신했다.  

"아! 카톡으로 대화해요."


카톡으로 바로 메시지가 왔다.

"늦어서 죄송해요. 먼저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그러면서 그는 무리 늦어도 한 달 내에는 있다고 말한다.

"그전에라도 되는대로 얼른 드려야죠."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나는 다음 월급날인 6월 25일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J와 잠깐 업무를 함께 했었던 A가 J의 근황을 묻는다.

"이제 그는 우리가 함께 했던 일을 안 해서 행복하겠죠? 싱글벙글 웃고 다니겠죠?"


나는 A에게 털어놓는다.

"아마 웃지는 못할 거예요.

실은요........"


A는 깜짝 놀라며 큰소리로 되묻는다.

"그래서 돈을 빌려줬다고요?"


J를 모르는, 옆에서 듣고 있던 B도 털어놓는다.

"저도 몇 년 전 고등학교 친구에게 100만 원 빌려줬거든요. 그런데 지금 완전 연락 끊고 잠적했어요. 정말 기분 나쁜 건 친구 사이임에도 엄격하게 '언제까지 돈 얼마 갚겠다'라고 차용증 쓰게 한 친구한테만 돈 값았더라고요."

그러면서 한마디 위로의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경찰서에 신고할 수 있대요. 회사 사람이니까 점은 다행인 같아요."


나는 J가 그래도 돈을 갚을 거라고 장담하며 내가 돈을 모두 받았을 7월 초에 A와 B에게 점심을 쏘기로 했다.  그러나 A도 B도 내가 470만 원을 다음 날 월급날까지 못 받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A는 월급날 J가 또 돈을 못 주겠다고 할 확률이 높으니, 그런 상황이 오면 100만 원 씩이라도 차곡차곡 받아내라고 조언했다.




오늘 후속 업무를 위해 J의 팀장과 미팅이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J가 유유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그가 '온라인'으로 내게 돈을 빌려가고 '오프라인'으로는 처음 봤다.  

나는 눈으로 J에게 '월급날 전까지는 꼭 돈 갚으라'라고 외쳤다.

나의 고요한 외침을 J는 들었을까.




조금 전 J에게 카톡이 왔다.

주절주절 본인의 사정을 말하며 돈을 못 갚아서 미안하고 집도 내놨고 퇴직연금도 중간정산을 받을 거라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에는 꼭 갚겠다고 한다.

지난번에는 어머니가 아프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아버지가 아프시다는 사정을 말하니 뭔가 미심쩍다.

그럼에도 위로의 말을 건넨 내게 잠시 후 J는 두 문장을 날렸다.  

 

"염치없지만 350만 원 더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달에 꼭 갚을게요."


이제야 정신이 든다.

나는 내 돈 470만 원,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 동료가 47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