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말하지 않아도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딱히 일정이 없는 휴일은 종일 도서관에 있다. 글 쓰는 사람이 글 가운데 푹 파묻혀있는 느낌이 너무 좋다. 서가를 걸으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청년의 호기로움, 중년의 여유, 노년의 지혜까지 눈길 닿는 책마다 설레고 마음이 들썩거린다.
10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창밖엔 곰실곰실 털실 같은 비가 흩날린다. 소리 없이 얌전한 비가 늦가을 낙엽 위로 차곡차곡 쌓여 간다. 털실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춤추듯 떨어지는 궤적을 바꾸는데 바라보고 있자니 빨려들어 갈 것 같다. 그 모습이 하도 이뻐서 한참을 내다보는데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비도 오는데 파전이나 부칠까?”
아내에게 마음을 들킨 기분이었다. 관심은 말하지 않아도 생각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알아준다는 것은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다. 가을비가 그치지 않기를 바라며 도서관을 나섰다. 막걸리를 사 들고 집에 도착하니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주었던 사람인가? 막걸리가 줄어들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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