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젤라또 특징① 식감과 주문 시 유의사항
밀라노부터 시칠리아까지, 이탈리아의 북부와 남쪽의 섬을 떠돌며 총 102곳의 젤라또 가게에서 199가지 맛을 탐험했다. 느낀 점은 바로 표준화된 정답은 없다는 것. 온도와 쓰는 재료도 다르고 식감도 각양각색이다. 다만 다는 아니더라도, 나름 여러 군데에서 공통된 양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총 5개의 시리즈로 나눠 ①식감, ②맛 종류, ③다채로운 콜드 디저트, ④가게 구조, ⑤브랜딩과 콘텐츠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번 편은 젤라또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식감과 가게에서 주문했을 때 유의해야할 점을 적어봤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탈리아 젤라또는 쫀득하고 꾸덕해야 한다는 정설이 있다. '쫀득하지 않으면 젤라또가 아니다?' 슬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싶다.
이탈리아에 가보니 웬걸. 우리가 아는 식감의 젤라또는 많이 없었다. 오히려 튀르키예식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가 쫄깃하지, 현지인들이 주로 먹는 젤라또는 대체로 부드럽고 크리미했다.
Gelateria(젤라또 가게)가 아닌, Cremeria(우유 제품 전문점)라는 명칭을 갖고 젤라또를 판매하는 곳도 많다. 이는 젤라또의 차가움보단 부드러운 크림의 성질을 강조하는 걸 보여준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가게를 운영하는 젤라띠에레(젤라또를 만드는 사람)마다 추구하는 맛과 식감이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의 젤라또 가게에서 보편적으로 느꼈던 식감보단 이탈리아가 확실히 다채롭긴 했다. 다민족 국가라는 말이 있듯, 다젤라또 국가로 느껴졌달까.
젤라또가 어떻게 따듯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입안에 들어가며 이로 깨물 때 느껴지는 온도감이 있다. 이로 왕~ 깨물었을때 '앗 차가워'인지, '시원해'인지 말이다.
젤라또의 온도감은 고형분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고형분은 젤라또에서 액체를 제외한 나머지 건더기(?)를 의미한다. 지방, 당류 및 각종 재료가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지방은 입안에서 따듯한 느낌을 주며 맛을 강화시킨다.
젤라또 안에 들어간 재료의 풍미가 깊을수록 따듯한 느낌이 들긴 했다. 이탈리아에서 먹은 젤라또는 대체로 온도감이 높은 편에 속했다. 시원한 크림을 먹는 느낌이랄까. 냉장 쇼케이스에서 갓 꺼낸 티라미수 크림을 먹는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빨리 녹기도 했다.
그리고 주문할 때 생소했던 점이 몇 가지 있었다.
관광객이 많은 입지는 임대료가 비싸다 보니 규모가 큰 대형 젤라또 가게가 많다. 젤라또 외에 커피는 물론, 다양한 콜드 디저트도 취급하다 보니 공간이 구분되어 있다. 특히 계산대와 쇼케이스가 떨어져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 카운터에서 (1)콘과 컵 중 어디에 담을지, (2) 크기는 뭘로 할지 정해서 말하면 영수증을 준다. 영수증을 내고 맛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 미리 버리면 안 된다.
영수증을 쇼케이스에 있는 직원에게 주고, 맛을 말하면 된다. 맛이 워낙 많아 미리 마음속으로 정하고 영수증을 내미는게 나을 수 있다. 사람도 많고 맛 종류도 많은데, 직원이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괜히 쫄리기 때문..
컵보단 콘으로 구매할 때 많이 퍼주긴 했다. 컵은 정해진 크기 안에서 반을 나눠 갖는거라면, 콘은 위로 쌓는거다보니 덥썩덥썩 많이 올려준다.
맛을 다 푸고 나서, 'panna o biscotto?'라고 물을 때가 많다. 위에 휘핑 크림이나 와플 과자를 올릴지 물어보는 질문이다. 와플 과자는 대체로 무료로 꽂아주지만, 휘핑 크림은 0.5유로를 추가해야 될 때가 많다. (베네치아처럼 물가 비싼 곳은 1유로를 받는다.)
개인적으로 젤라또를 하루에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휘핑 크림을 추가하면 느끼함과 포만감이 컸다. 그래서 따로 크림을 추가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