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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묘링 Sep 01. 2021

함께 산을 오른다는 것

멈춰도 괜찮아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경로는 다양하다.

목표는 A. 정상에 다다르는 일. 경로는 a, b, c, d.. 선택할 수 있다.

혼자라면 내 의지대로 가면 된다. 오늘은 편한 길 다음엔 험한 길.

선택 시 따라오는 책임은 오롯이 내 몫이다.

하지만 함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 컨디션과 동시에 동행자의 컨디션도 신경 써야 한다.

내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없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조차 의견을 나누고 이동해야 한다.

밥은 언제 먹을지, 뭘 먹을지 까지도.

혼자 가는 게 더 편하지 않냐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등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진솔한 얘기를 나누기 좋은 장소란 것. 목표를 바라보는 시선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것.

자연은 생각보다 더 많은 깨달음을 준다.

정상에 도달한 자신을 대견해하게 되고, 주변을 둘러보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올라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안내판. 어떤 경로를 선택할 것인가. 대화하는 과정.

아름다운 풍경. 휴식.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느끼는 다른 감정. 

그 속에서 관계의 줄이 탄탄해짐을 느낀다. 


하산은 고되다. 

등산이 힘든 이유는 하산에 온 힘을 다 쏟아부어서가 아닐까.

넘어지지 않도록 몸에 힘을 줘야 하고 스틱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경사로 인해 가속도가 붙는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천천히 또 천천히.

온 신경을 하체에 쏟아붓는다.

잠깐의 평지가 찾아오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올라갈 때완 또 다른 풍경이 맞이한다.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사이 이 풍경을 놓쳤구나'

일상에서도 바쁘단 이유로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지 않았을까.

시간을 내서라도 주변을 둘러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바쁘다' '할 일 많다' 란 말에 취해 주변에 소홀했던 건 아닐까.

'이럴 때가 아니다' 란 말로 내 눈과 귀를 가려버린 건 아닐까.


자연은 조용히 우리를 맞이하고 우린 그가 내어준 길 위에 올라탄다. 

그때만큼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산에서 인생을, 관계를, 사랑을, 함께하는 방법을

삶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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