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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Feb 27. 2024

아버지의 계절

어린 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자그마한 손으로 어머니가 잘라 준 수박을 내 입에도 넣기 전에 아버지에게 건넨 귀여웠던 장면과 아버지의 배 위를 유독 좋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지의 배 위는 너무 따뜻하고 포근했다. 그 시절의 냄새는 잊었지만, 그 기억을 떠오르면 아버지의 냄새마저 코끝에 머물 것 같다.     

재작년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당시에도 그렇지만 여전히 빈자리가 믿기지 않는다. 이따금 추억을 회상하며 빈자리를 아름답게 기억하려고 한다. 작년이었다. 아파트를 방문할 일이 거의 없어서 경비원을 볼 일이 없었다. 아버지는 생전에 경비원 업무를 하셨는데 아파트를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경비원을 보게 되었다.     


연세가 아버지와 비슷해 보이셨다. 근처에 돌아다니는 까치에게 먹으라는 듯 떨어진 감을 치우지 않고 까치에게 감을 먹으라고 말하고 계신 듯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가엔 눈물이 고였고 목까지 차오르는 울컥함을 참기가 어려웠다. 그 모습에서 아버지를 본 것이다. 순간 스치는 생각으로 아버지도 저 모습이었을까,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으나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그 모습.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 뒤로 감을 떠올리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경비원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그렇게 가을은 나에겐 아버지의 계절이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 아버지의 계절, 가을.     


나는 그렇게 가을을 사랑한다. 아버지를 사랑한다. 아버지를 기억한다.



Image by Enriqu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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