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루다 May 07. 2024

길 위에서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한다. 좋은 삶은 어떤 삶을까. 올바르고 정직한 삶, 그것만이 좋은 삶일까? 글을 쓰지 않은 몇 달간 나는 잘 지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글이 써지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게 창피했다. 숨고 싶었다. 적어도 글의 세계에서는 불청객처럼 느껴졌다. 글을 쓰지 않는 동안 걷기에 빠졌다. 어쩌면 걷기에 빠졌다는 표현보다는 걷기가 나의 도피처가 되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하루에 4~5시간을 걸으면서 한 달을 보냈다. 무엇을 위해 걸었는가를 묻는다면 사실 여전히 모르겠다. 무언가 찾고 싶었다. 무작정 마냥 걷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알았다. 걷기가 좋아져서 걸었다. 하지만 난 걸으면서 음악을 들으며 직진만 할 뿐 그 어떤 깊이 있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정우 배우의 걷기에 관한 책을 읽으며 얻은 점은 걷기는 그저 그 과정이 의미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걷다 보면 그 끝에 무엇인가 있을 거라는 기댈 갖고 걷지만, 그 끝엔 별거 없는 게 길의 마지막이라고. 걷기와 마찬가지로 인생도 그렇다. 결과만을 매달리기보단 과정에서 오는 의미들을 찾아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삶은 올바르고 정직한 삶이라기보단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이다.     


한 달을 걷기로 보낸 시간이 지금 생각해 보니, 얻은 게 없는 게 아니다. 나는 충분히 그 안에서 성장했다. 걷는 그 길 위에 어느 곳이든 뜻이 없는 곳은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보냈다고 생각했던 시간에도 배울 게 있다. 길 위에서 방황하며 걷던 내 심신. 방황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올바르지 않은 인생, 정직하지 않은 삶도 괜찮을 수 있다고. 




작가의 이전글 이 또한 지나가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