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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꿈 Dec 02. 2020

‘나 빼고 다 잘해’ 부러움이 사무칠 때

나는 다른 동물이면 좋겠다

붙임성 좋고 쾌활하고 유머러스한 A는 처음 보는 누구와도 쉽게 친해집니다. A의 밝은 에너지는 주위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주지요. 사람들은 A의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에 호감을 느끼고, A를 잘 기억해줍니다. 낯가림도 심하고 낯선 곳에서는 쭈뼛거리며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저는 A의 그런 능력이 참 부럽습니다. “나도 저렇게 쉽게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싶어. 나도 저렇게 사람들에게서 주목받고 싶어.” 내 마음은 부러움과 질투로 물듭니다.


책 모임에서 만난 B는 똑똑하고 영리합니다. 책을 읽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의견이나 사실을 말하는 B를 보고서야 ‘아, 내가 그동안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왔구나. 다른 관점으로도 봐야겠어.” 깨닫고는 하지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B는 자신이 읽은 책에서 얻는 배움들을 차곡차곡 알차게 쌓아가며 자신을 단단히 세워가고 있습니다. B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아, 책을 읽고 나면 ‘B는 이 책을 어떻게 봤을까?’, ‘B의 생각은 어떨까?’ 궁금하고 알고 싶어 집니다. 이렇게 좋은 친구가 곁에 있어 좋으면서도, “아, 나는 왜 B처럼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어떻게 책을 읽은 감상이 좋다, 나쁘다가 다일까?” 스스로가 한심하고 작아 보일 때도 있습니다.

 



[나는 다른 동물이면 좋겠다] |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슈테파니 예쉬케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2. 12. 5


미어캣이 두리번거리며 망을 보고 있습니다.
왼쪽에는 곰, 앞쪽에는 침팬지, 오른쪽에는 사자가 보이네요.
침팬지는 재미있고, 곰은 힘이 세고, 사자는 아주 무섭죠.
미어캣은 다른 동물들이 부럽습니다.
내가 침팬지였다면, 내가 곰이었다면, 내가 사자였다면.


그런데 미어캣이 모르는 게 있어요.
침팬지와 곰과 사자도 미어캣을 부러워한다는 걸요.
재미있는 침팬지가, 힘이 센 곰이, 무서운 사자가 미어캣에게 부러워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마치 내가 미어캣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게 뭔지 살펴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들이 가진 장점, 남들이 이룬 성공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더 나가 나와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불행을 자초합니다. ‘부러움’은 상대적이라 9개를 가지고 있어도 내게 없는 한 가지가 갖고 싶어 지니까요. 두리번거리며 남들만 바라보던 시선을 내 안으로 좀 돌려야겠습니다.


나는 첫눈에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믿음을 주는 사람입니다. 타고난 영리함은 부족할지 몰라도 늘 배우고 알려고 애쓰지요. 그거 말고도 내가 가진 장점이 많을 거예요. 어쩌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나의 장점을 누군가는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크고 좋은 지 나만 모르고 있는 걸 수도 있을 테고요. 그래서 저는 오늘부터 좀 두리번두리번해볼 참입니다. 아, 이번엔 남들 말고 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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