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 쉬고 싶어서
주말이나, 공휴일, 휴가, 방학 등등 쉬라고 주어진 시간에 나는 보통 가족을 보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갔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문득, 나는 쉬러 간 거였는데 왜 피곤하지? 생각보다 많은 긴장을 했나?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은 건가? 의문을 가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긴하지만 몸의 피로도가 조금 더 올라간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아서 '잘 쉬는 건 뭘까?' 스스로 고민을 해봤다. 어떻게 해야 내가 비로소 적당한 피로도에 뿌듯함을 느끼고 적절한 휴식감에 만족감을 느낄까 하나둘씩 퍼즐을 맞춰보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쉬고 있다고 착각했던 행동들은 누워서 핸드폰 하기, 친구들이랑 새벽까지 놀기, 핫플을 찾아서 사진 찍기 등등이 있었다. 이렇게 놀거나 쉬면 그 순간은 도파민 덕분에 재미는 있었지만 조금 지나지 않아 후회가 되었다.
SNS에서 보는 말에 의하면 휴식에 있어서는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나'를 알아가는 건 간단한 듯 복잡했고 어떤 날은 스스로의 변덕에 놀라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일상을 지치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살려면, 내게 맞는 쉼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첫 번째로 찾은 건 산책이었다.
푸릇푸릇 날이 좋을 때 한강이나, 공원을 목적지 없이 걷다 보면 1시간은 훌쩍 지나가있었다. 누군가가 틀어놓은 블루투스 음악이 들리기도 하고, 강아지가 뛰어나오기도 하고, 가족들, 연인들이 각자가 보내고 있는 시간 속에서 웃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나도 그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선물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여행을 가더라도 산책할 곳을 먼저 찾게 되었다.
두 번째는 카페였다.
비가 오는 날 통창카페에서 부슬부슬 비를 보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영화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또, 레트로풍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면 연극을 찍는 것 같았다. 여기에 행복을 더해주는 건 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커피 볶은 향이다. 원두의 고소한 냄새와 디저트의 달달함은 내가 숨겨두었던 긴장을 풀어주었고, 좋은 여행지를 가지 않아도 충분했다. 서울은 다양한 카페를 경험해 볼 공간이 많아서 설렌다. 멋들어진 해외를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내가 바라던 재미가 있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잘 쉬는 건 sns에서 봤던 여행지를 가는 것도 아니었고, 도파민에 절여진 자극적인 콘텐츠도 아니었다.
그냥 주변에서 좋은 에너지를 찾아보는 게 쉼이 될 수 있고 소소한 즐거움은 일상 곳곳에 담겨있었다.
앞으로도, 타인과의 비교 말고 ‘내’가 좋아하는 재미를 계속 알아가면서 잘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