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나무 Apr 04. 2021

하루에 만 원 벌어요

인터넷으로 소액의 돈을 벌기 시작했다

요즘 나의 짝꿍과 나는 인터넷으로 소액의 돈을 벌기 시작했다.

(벌었다고 하기엔 쓴 돈이 더 많긴 하지만!!)


   읽고 쓰며 문구 생활을 하는 게 취미인 나는 온라인 문구점 <파도리문구>를 열었고, 코딩이 취미인 나의 짝꿍은 '파도 있어' 앱을 만들었다. 서핑하기 위해 먼 길을 가려면 바다 예보를 잘 파악해야 하는데 기상청 페이지를 여러 개 눌러보는 게 불편해서 그냥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자기 전에 누워서 각자 결산을 한다. 사실 결산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게, 너무 미미해서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혹시나 변동사항이 있을까 하여 한번 더 체크한 후 발표하는데 의의가 있다.


"나는 이번 달 10달러 벌었어!"

"이욜~ 아주 대단해! 신기하다 신기해 ㅎㅎ 뿌듯하구먼"


"나는 오늘 원소주기율표 포스터 한 장 팔고, 네이버 스토어에서 만원 들어왔어. 스토어에 올려만 두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누군가 들어와서 매일 한두 장씩 사가는 게 더 신기해."

"오~ 스토어 찜이 벌써 16명이야 대단해 대단해! 짝짝짝!"


- 오늘의 소소한 결산 마침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파도리문구>





<파도있어?!>앱은 바다예보 5일치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 (주요 기능  - 파도높이 / 바람세기와 방향 / 수온 / 태풍정보 / imoc / 해양레저 신고)






마약과 보약 사이에서의 갈등


   돈의 액수로 치면 성과라고 하기에도 너무 민망한 숫자다. 각자 아무것도 사지 않고 숨만 쉬어도 그냥 나가는 돈이 하루에 만 원이 넘는다.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앱을 만들고 문구점을 하겠다고 쓴 비용이 몇 배, 몇십 배는 더 많다. (애플용 앱을 만들려면 mac이 있어야 해서 맥미니도 구입했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는 이익일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 아니 내 마음속의 어떤 목소리가 삶을 비즈니스적인 잣대로 재단하려고 들 때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월급은 끊고 싶지만 끊을  없는 마약 같은 것이라면, 오늘  만원은 먹으면 먹을수록 에너지가 차오르는 보약 같다.


   월급을 받는 대가로 그 많은 영혼의 울부짖음을 잠재우는 짓거리를 계속해서 치르고 싶지 않기에, 1만 원의 가치는 회사에서 받는 N만원의 기쁨보다 더 크다.


   하루 24시간 중 나의 의도와 의지대로 사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헤아려본다. 글쎄. 하루에 한 시간? 많아야 두 시간? 그것도 온전하고도 맑은 정신의 상태가 아닌 스트레스와 피곤에 쩔어 그냥 널브러져 있는 1~2시간이다.


    서글픔을 달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출근하자마자 퇴사 이야기를 하고, 퇴근하면 각자의 신나는 결산보고 시간을 갖는다. 그러고 보면 1만원을 위한 노력은 월급이라는  달콤한 쓴맛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감내하고 감내한 마음이 의미가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