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너한테 최저임금을 줘야 해?
입사 한 달 차 월급이 깎였다
긴 코트와 숏 패딩으로 출근을 하다 이제는 맨투맨 하나만 입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걸 보니 시간이 흐르기는 했나 보다.
회의 시간 두 시간 전부터 도착해 복합기 앞에 서서 a4 한 박스 분량의 자료를 인쇄하는 것도. 12시간 동안 쉬는 시간도 없이 커피 한잔으로 버티는 하루도 참 우습게도 적응이 되었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았고 아직은 기획 단계지만 종영이라는 끝이 있으니까 버틸 수 있었다.
일을 시작한 지 딱 한 달이 될 쯤이었다. 메인이 갑자기 나를 불러 말했다.
‘주급 50인 줄 알았는데 45라네’
그렇게 당황한 나를 두고 메인은 홀연히 사라졌고 나는 멍한 채 생각에 잠겼다.
최저시급으로 계산해도 한 달 월급이 191만 원인데 주급 45를 받는다면 180만 원. 그것도 세금을 떼면 175만 원가량을 받으며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곧바로 메인을 쫓아가 이런 급여는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원래 주기로 한 50을 주지 못할 거면 48이라도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당당하게 요구해야 할 일에 애걸복걸해야 하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메인은 자기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고 나는 결재를 담당하는 부장님께 말씀드려달라고 말했다. 메인은 알겠다고 하더니 곧장 부장에게로 가서 내가 48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장은
“경력도 없는데 왜 내가 그렇게 줘야 하는데? 이유를 말해봐”
그 작은 회의실에서 모두가 다 듣는 그 공간에서. 나는 최저시급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최저시급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내가 왜 이유를 말해야 하는지 너무 분했다.
메인은 곧장 내가 카톡을 보냈다. 부장님이 못 준다고 했다고 회사 규정이 막내는 45라고 말하면서. 답을 하지 않았다. 어디 다 쓰러져가는 외주도 아니고 말하면 다 아는 방송국에서 이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방송국의 경력 없는 친구들이 얼마를 받는지 알고 있었기에 더욱 부당하게 느껴졌다. 내가 카톡을 읽고도 답이 없자 메인은 내게 화가 났냐고 다시 카톡을 보냈다.
내가 화가 난 걸까.
나는 수치스러웠고 모멸감을 느꼈으면 돈 몇 푼에 감정 상하는 내 모습이 초라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최저 50을 받는데 내게 45를 준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냐는 답문에 나는 더 이상 대화를 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메인은 내가 45를 받는 게 부당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처음에 내게 당연히 50을 줄 거라고 말했던 것이고. 그런데 이제 와서 사과 한 마디도 없이 ‘규정이라네’라는 말로 나보고 더 어쩌라고의 태도가 월급이 깎였다는 사실보다 더 가슴이 아팠다.
회의 내내 나는 지금 짐을 챙겨서 나가야 하나 수백 번을 고민했다.
부당한 걸 알면서도 이 바닥이 다 그러니까. 나는 경력이 없으니까 참아야 하는지.
부당하니까 참지 않고 나가야 하는지.
막내의 최저 시급도 보장하지 못하는 메인이
경력 없다고 사람 취급도 안 하는 부장이
그럼에도 버틸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그렇게 다들 퇴근을 하고 혼자 남아 사무실을 지켰는데
메인에게 카톡이 도착했다
‘47로 조정했다’
기어코 최저는 못 주겠다는 심산이구나. 실소가 터져 나왔다.
때려 죽여도 고맙다는 말은 나오지 않아서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문을 남기고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나는 절대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