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게 두려워 시작조차도 못하는 세대
이번 글의 시점이 되는 시기는
이제야 좀 성인다운 삶을 살아가면서 학교도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
인간관계도 적절하게 맺으면서 전공을 어떻게 살리고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시기.
이전 글에서 말했듯 목표는
이 지구에 어떻게든 자연을 남겨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멋진 어른이 되는 것.
수의사가 1차 목표였지만 점수가 나오지 않아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전에 얻은 깨달음 덕에 좌절 같은 건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보다 더 동물을 사랑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 나 대신 세상을 위해 애써줄 것이라 믿는다.
나는 그럼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
"그게 돈이 될까?"
수의사가 인기가 많은 것은 돈을 잘 벌기 때문이라고, 동물을 치료할 권한을 부여받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 사람들이 하려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다른 직업들을 이야기하는 나에게 취지는 좋지만 돈이 안 될 일들이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돈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기준을 돈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들에게도
비슷한 조언들이 들려왔기 때문에 돈을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안 되겠냐는 이야기는
마음속에 넣어두게 되었다.
사실 반박하기는 어렵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동물보호단체를 보면 후원금이 항상 필요하다고 한다.
그건 어떤 자선단체도 마찬가지다. 좋은 일을 하려고 하지만,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건 인력 문제보다도 자본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 문제 또한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된다. 사실 다른 여러 분야도 조금만 살펴보아도 당장 일할 수 있는 곳은 많이 있다. 하지만 비슷한 일에 조금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곳은 특정한 몇 개의 문으로 한정되고, 그 문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다 '실패'라는 걸 경험하는 사람들이 된다.
그 실패는 그냥 말 그대로 실패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기 위해 도전해 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내 수준보다는 높은 곳이지만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보는 식의 도전을 해야 하게 되었다. 왜냐면 지금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돈을 잘 벌게 해주지 않는 것 같으니까.
그런 도전이 행운을 바라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도전의 실패가 무엇을 얻게 해 주는지에 따라 그 도전의 의미를 둘 수 있으면 좋겠다.
실패함으로 인해 내가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아닌, 역시 그러면 그렇지 식의 얻음만 있다면
그 도전이 '실패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얻을 것이 없는 '실패'는 결국, 실패하면서 배우는 것보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더 준비해서 도전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냈다.
동물 관련된 직업을 하고 싶어도, 돈을 제대로 벌 수 없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던 수많은 직업들 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것이 어떤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일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조명을 받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워크와 라이프, 우리가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둘을 하나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온갖 커뮤니티나 SNS, 플랫폼, 심지어 광고 등에도 등장하고 있다.
"돈이 될지 안 될지 모르니 조금 더 생각해 보라"는 말에
"돈이 안 되어도 좋으니 나는 이 일을 하겠다"라고 답하며 사회로 뛰어든 사람들이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는
'현재를 어떻게 쓰는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삶을 살고 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지금 일할 수 있는 곳들을 제쳐두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람은
지금 현장에 뛰어들어 그들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그만큼 뒤로 미룬다는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는
'내가 무엇을 하며 살길 원하는가'보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하길 바라는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모두가 자신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주목을 받고
어떤 순간에는 더 이득도 보는 시대가 되었다.
내게 돌아오는 것이 없을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세상이 나를 찾아낼 것이고
굶어 죽는 일은 없으리라고 장담한다.
나도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워라밸을 찾는 시대에 워크가 라이프가 된 사람들의 얼굴은 이상하게 무언가 반짝인다.
그 얼굴은 혹시 피부가 상하고, 주름이 생기고, 햇빛에 그을렸을지언정
그 눈빛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빛을 냄을 멀리서도, 누가 봐도 알아낼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어,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같이 보전해 나가고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것을 남기자는 말을 하고자 한다.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고 있는 직장인이 될 수도 있고
직장을 다니다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지금 당장은 시간 날 때마다 그 일을 취미로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직 사회에선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지만 현재 꿈을 가지고 반짝이는 눈으로 살아가는 학생일 수 있다.
그들의 눈빛을 모아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
오늘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도 자신을 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인스타그램 @redesigned_by_h가 언제나 열려있다.
그 꿈을 가진 눈을 절대 감게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