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시야를 가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근묵자흑. 친구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 중에 참 많이 공통된 부분이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에 따라
내 모습이 달라진다는 말은, 나도 살면서 참 잘 경험하고 있다.
"너는 네 주변 사람들과 똑같아질 거야."라는 말이 내게 저주가 되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을 닮고 싶은 사람들로 채워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도록 애써나갔다.
아 잠깐, 진로 이야기와 관련된 글을 쓰다가 왜 갑자기 친구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제까지 글을 쓰면서 경험을 많이 쌓고 시야를 넓히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친구를 통해 그것들을 얻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직접 보고 들으며 경험을 쌓는 것만큼 확실하게 시야를 넓혀주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체, 그중에서도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쌓길 권했다.
그런데, 그 책 읽을 시간마저 제대로 내기 힘든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럴 때 정말 잘 활용하면 좋을 것이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
그 생각이 나오게 된 다양한 시선을 깨닫게 되며 안 보이던 것을 볼 수 있다.
친구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만나기 전부터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하고 가는 사람, 만나서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사람, 또는 누군가 내 말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
혹시 들으려고, 배우려고 그 자리에 가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워낙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의 말을 들어야 하고, 배워야 하는 것에 지치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은근히 '을'이 되어 행동하는 들음이나 배움에 관해 꺼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기억하려고 귀를 기울여보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을 생각보다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와 잘 맞아서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이 어찌 깊게 이야기를 나누니 이리도 다른 생각을 하고 살 수 있는지 놀라게 되는 짜릿한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단,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이미 나와 맞지 않으면 내 인간관계에서 제외해 버려, 내 주변에 나와 똑같은 생각만을 하는 사람밖에 안 남은 사람은, 친구들로부터 다른 이야기를 듣기 힘들 수도 있다. 내가 닫힌 자세로 만든 인간관계에서 나에게 새로움을 주는 무언가가 나오길 기대하긴 어렵다.
이미 있던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방법으로 시야를 넓히는 것과, 기존에 함께하던 인간관계에서 새로움을 경험하는 두 가지의 방식을 활용하며 다양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키웠다. 도움이 될까 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로 남기겠다.
1. 내가 속한 곳에서 새로운 사람 만나기 - 싫어하기보다 궁금해하기
어느 공동체에 속하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과 안 드는 사람으로 사람을 나누게 되는 내 모습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마음에 드는 사람만 가까이하려 드는 것도. 어느 순간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아직 더 많은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지금 내 생각만으로 인간관계를 한정 짓는 이 상황이 불편했다. 여러분도 그런 생각을 하길 바란다. 아무튼 나는 그래서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과도 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말투며 행동, 삶에 대한 태도나 예절 등 좋게 평가하기 어려운 점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며 알게 된 것은, '싫어한다' 보다 '궁금하다'가 먼저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게 되면,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내가 도움을 받는다. 가령 까칠하게 대하는 누군가가 어린 시절 칭찬이 인색한 집안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과외할 때 학생들에게 칭찬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이런 식의 나를 바꿔주는 일들이 많았다.
2. 내가 속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 만나기 - 내 집단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만나기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동물실험이 너무나 당연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았다. 때문에 내가 마치 생명의 소중함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처럼 느껴져 갔다. 그래서 동물실험을 같이 하는 친구들 말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유기동물 봉사 동아리와 무연고 사망자 장례 봉사 단체에 참여하는 경험을 해보았다. 누군가 버리고 간 생명을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살리려고 노력하는 세상을 경험하고 아무도 치러주지 않는 장례를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가가고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내가 속한 곳 바깥에서 내가 속한 곳을 바라보는 경험을 했다. 살아온 사회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면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3. 마지막으로, 절대 똑같은 사람을 계속 만나지 말기
가장 강조하고 싶고 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말하고 싶다. 인간관계를 절대 머무르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친구를 바꾸고 가족을 바꾸고 애인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음을 느꼈다. 인간관계는 바꾸기보단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안 그러면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시야의 폭으로 다른 방향만 바라보는 거니까. 코끼리의 코만 보다가 이제는 다리만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코와 다리를 함께 볼 줄 아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제안했다. 우리, 각자 성장하자고. 계속. 책을 읽어도 좋고 매년 다른 도전을 해봐도 좋고 여행을 다녀도 좋고 하니까, 그런 경험을 쌓고 만나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자고. 그래서 우리가 아직 바라보지 못하는 시각에 더 다가갈 수 있게, 서로가 서로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게 하자고, 각자가 각자에게 공감하지 못할 내용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에 흥미를 잃지 말고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로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