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가야 하는 이유
꿈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쓸데없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넘길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묻게 되었다.
'내 꿈? 우주비행사였지. 하지만 지금은 그저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걸. 너무 비현실적이었어.' 하면서 넘길.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러니까 이전에 내가 아니라 지금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궁금하다.
그건 단순히 직업으로 특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아이들에겐 그렇게 설명하지 않길 바란다.
(앞서 밝혔듯 나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소명이라는 더 멋진 단어로 내 꿈을 정의할 수 있다.
신앙이 없는 분들도 이 글을 읽을 것이기 때문에 꿈이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하며 설명하겠다.)
우선, 핵심은 이것이다.
경쟁, 경쟁, 또 경쟁. 무언가를 하기 위해선 경쟁을 해야만 하는 시대이다.
무엇을 위해 경쟁하나? 대부분은 '내가' 얻을 것을 위해 경쟁할 것이다.
어떤 직업을 얻기 위해서도 그렇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은 간절한 이유가 각자 있겠지.
여기서 시선을 좀 돌릴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의 비전을 당연히 찾아본다.
'사람과 환경을 이어 미래로 도약하는 시대를 만드는 회사' 뭐 이런 게 쓰여있다.
내가 직장을 얻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도움을 주길 원하는지 묻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말 그렇다면, 나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 회사에 들어가게 되어도 실망하지 않는 사람인가?
에너지, 교육, 문화, 환경... 다소 거창한 것들을 다루는 회사의 비전을 함께 꿈꾸고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그 비전을 이뤄줄 수만 있다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지 궁금하다.
아니겠지. 아마 아닐 거다. 당장 내 입에 풀칠하게 생겼는데 내 일자리를 못 구하면 어째.
구직을 하는 입장에선 일단 나 살고 보자는 식으로 멀리 바라보기 어려워진다.
나 또한 재수가 끝나고 점수에 맞춰 들어간 대학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직업이 아닌, 내가 진짜로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우선 도서관을 왜 가야 하는지,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부터
마음에 거부감이 있을 사람들을 위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엔 정말 여러 가지가 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인데, 중요한 포인트는
단순히 영화라는 매체와 비교를 해보자. 다큐멘터리 영화를 많이 보는가?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일이 촬영하긴 쉽겠지만 예술성을 띄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면 꼭 댓글로 추천을 부탁드린다.
(워낭소리 등 좋은 작품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니 오해는 없으시길 바란다.)
아무튼, 영화관 상영 목록엔 그래서인지 몰라도 감독의 상상이 더해진 영화들이 많이 걸린다.
우주를 날아다니거나, 과거나 미래로 가거나, 내가 둘이 되거나 그런 식의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
상상만 했던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게 해 준다는 점에서 영화는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다.
책은,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을 보통 '문학'이라는 장르에 포함하는데, 도서관에 가보면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영화관의 비슷한 장르처럼 대부분인 경우는 잘 없다.
게다가 문학 안에 수필 또한 사실을 담아내는 장르이다.
아무튼 도서관엔 '비문학'이라 칭해지는 책들이 도서관의 다른 쪽을 채우고 있는데,
허구로 쓰이지 않았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을 읽으면
마치 허구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은 새로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여행작가의 이야기, 우주비행사의 이야기, 영화감독의 이야기 등등,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렇게 경험하는 건
책이 줄 수 있는 '실제이지만 새로운' 경험의 선물이다.
책을 읽던 어느 날 내가 전혀 경험해 볼 수 없던 삶이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도서관이라는 장소는 종이, 즉 죽은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혼자 그 공간에 있게 되면 살아있는 건 나뿐이다.
하지만 책은 살아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책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를 흥분하게 한 책은 야생동물병원에서의 24시간을 다룬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그저 병원의 일상을 담아놓을 뿐이었지만, 내겐 판타지 소설 같은 내용이었다.
이기적인 인간이 설치한 덫에 걸려 다리를 다친 수달을 치료하고
학교 운동장 골대 그물에 다리가 걸려 갇혀버린 부엉이를 구조하고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은 병원에 남아 아이들이 견학 올 때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멋있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오며 가며 동물병원에서 많이 보았던 수의사분들이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나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시간과 체력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겠다!
책을 덮는 순간과 동시에 수능을 한 번 더 보기로 마음먹었다.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여기서 어떤 목표를 두고 전진하는가이다.
앞서 말한 내용이다.
수의사가 되어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야생동물을 치료하면 나는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나중에 자식들이 "아빠, 북극곰이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지금은 멸종되어 볼 수 없지만..."이라는 무책임한 말로 시작하지 않는 어른
어떤 직업이라도 좋으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 목표를 위해 내가 지금 도전할 수 있는 건 수능이었고,
그 수능에서 그 분야에 가장 높이 있는 건 수의사였으니 도전해 보는 것이고
그만큼의 점수가 나오지 않더라도 아쿠아리스트, 교육자, 환경미화원, 사육사 등등 할 수 있는 건 많다.
나보다 더 실력 좋은 사람이 붙으면 오히려 좋지. 그 사람도 잘 쓰임 받을 테니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시험장에 들어섰다.
지금의 나는 수의사는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며 환경을 보호하고 싶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