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지인의 초대로 처음 캠핑을 경험했다.
텐트도 없고, 장비도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
그런데 자연 속에서 느꼈던 힐링의 맛이 너무도 강렬해서, 그날 이후 우리 부부는 캠핑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캠핑 용품은 참 다양했다.
비싼 것부터 가성비 좋은 것까지, 알아야 할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았다.
우리는 최대한 가성비 아이템들로 준비했고, 하필이면 캠핑 고수들도 피한다는 한여름에 첫 캠핑을 떠났다.
그나마 수영장이 있어서 견딜 만했지만,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캠핑장.
아무것도 모른 채 자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찾아간 그곳은 아직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맥주와 수영장 덕분에 버티며, 장작불을 피워 바비큐를 구워 먹었다.
캠핑장을 알아갈수록 알게 됐다. 좋은 자리는 몇 달 전부터 예약이 끝나 있고,
수도권 가까운 곳은 파주나 대부도가 그나마 가능했다. 인기 많은 캠핑장은 예약 시작과 동시에 1초 만에 마감된다.
이렇게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던가 싶은 정도였다.
텐트, 조명, 각종 장비들... 가격대는 천차만별.
그 안에서 하나의 집을 만들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이 나왔다.
우리는 물욕 없이 필요한 것만 챙기지만, 알면 알수록 " 저 텐트가 몇 백만 원이라고?" 놀라는 순간도 많았다.
캠핑장 안에서도 '부의 온도차'가 있다는 걸 실감했다.
누구는 차량처럼 텐트를 뽐내고, 누구는 조용히 간소하게 다닌다.
이사라도 가는 듯 짐을 실어 나르고, 캠핑장에 도착해서는 테트리스 하듯 짐을 정리하고,
하루 이틀 뒤 다시 그 많은 짐을 정해진 시간 안에 다시 싣고 떠나야 한다.
즐거움과 동시에 항상 어깨에 얹힌 '정리의 압박감'이 있다.
캠핑의 피크 시즌은 봄과 가을.
일 년 내내 다니고 싶어도 날씨가 허락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신나지만, 키즈 캠핑장은 이미 예약 전쟁.
1박 2일의 짧은 일정은 노동의 보람이 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점점 망설이게 된다.
말 그대로, 노동을 자처한 여행.
매번 이사 다니듯 짐을 옮기고, 고생하러 가는 여행인데
이상하게 또 떠나고 싶어진다. 왜일까?
도착하면 오늘은 어떤 구도로 집을 지을지 고민하고,
정성스럽게 짐을 풀고 꾸민다.
야외에서 소꿉놀이하듯 요리를 하고, 장작불 피워 고기를 굽고,
불멍 하며 맥주 한 잔 들이켜는 시간.
자연 속에서 보내는 그 모든 순간이 진한 즐거움으로 남는다.
몸은 쑤시고 피곤한데도, 캠핑 전엔 신나서 짐을 싼다.
집에 돌아오면 " 역시 집이 최고야"라고 말하면서도,
또다시 예약 앱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비 오는 날엔 텐트가 무너질까, 바람 부는 날엔 집이 날아갈까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고,
춥고, 덥고,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원시모드 캠핑.
그런데도 이상하게 고급 펜션보다 더 힐링된다.
해본 사람은 안다.
사서 고생이지만, 이 맛을 보면 쉽게 끊을 수 없다는 걸.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자유롭고, 여유롭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또렷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처음 본 친구들과 금세 어울려 놀고,
우리 텐트는 어느새 동네 아이들 집합소가 되어 과자 파티가 열린다.
이웃들과 음식 나누며 뜻밖의 정을 나누는 순간도 있다.
가끔은 조용히 앉아 책 한 장 넘기며 바람 소리를 들을 때,
그게 내가 원하는 진짜 '쉼'이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최고의 힐링.
우리 신랑은 불장난을 제일 좋아한다.
장작 20kg을 챙겨가도 모자랄 정도.
불 피우는 시간만큼은 순수한 큰아이로 돌아간다.
불편함을 자처하는 이 노동여행이
왜 이토록 중독적인지, 글을 쓰다 보니 다시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고단한 짐 정리도, 날씨의 변덕도, 번거로운 준비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
그 모든 '불편함' 속에서
진짜 나답게 숨 쉴 수 있는 자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또, 그 노동여행을 떠날 날을 기다린다.
늘 그렇듯, 설레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