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른이 되면,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싶어 질까?
얼마 전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초등학생들이 나와 합창을 하고, '토크타임'을 가지는 형식이었는데, 아이들이 솔직하고 담백한 말들로 어른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그 프로그램에서 "어른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모든 아이들이 "싫다"라고 대답했다. 이유를 묻자, "매일 일하러 나가고, 돈을 벌어야 하니까 너무 힘들 것 같다"라고 했다.
문득 우리 두 아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역시나,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이유는 더 구체적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러 나가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잖아.
나도 결혼을 하고 싶지만, 아이가 생기면 책임져야 하고, 엄마 아빠처럼 둘 다 일해야 돈이 생기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우리도 돌봐야 하고, 지금은 돈이 필요하면 우리는 부모님께 말할 수 있는데, 어른이 되면 누구한테도 말 못 하고 다 혼자 해야 한다는 게 너무 벅차 보여."
아들들의 대답을 듣고 나니, 어른들의 세계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직시하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 동시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초등학생일 땐 어른이 되고 싶었다.
구두를 신어보며 어른 흉내를 내고, 엄마 화장을 몰래 해보며 어른이 되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되면 맛있는 것도 마음껏 사 먹고, 자유롭게 여행도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에겐 어른의 삶이 '자유'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초등학생들은 다르다. 현실을 오히려 더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듯하다. 허황된 꿈이 아니라, 그들만의 통찰과 감각으로 현실에 대해 작지만 뚜렷한 저항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삶을 바라보며 자유보다는 피곤함, 즐거움보다는 책임감, 가능성보다는 버거움을 먼저 떠올린다. 어쩌면 우리 세대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며, 항상 힘겹고 피곤한 모습만 보여줬던 건 아닐까.
어른이 된다는 건 아이들이 눈에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삶'으로 비치는 듯하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좋아하는 일은 뒷전이고, 늘 지쳐 보이는 존재. 그래서 아이들이 어른이 되길 꺼리는 건 아닐까.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아이들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나는 시대라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원하는 것을 대부분 누릴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자란다. 부모는 학원비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먹고 싶은 것을 사주며, 아이들의 스케줄을 대신 정리하고 픽업까지 도맡는다. 아이가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해주는 구조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어른의 삶은 두렵고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단지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 속에서 부모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쉬지도 못하고, 힘들게 일하면서 나를 위해 다 해주는 것 같아"라고 말하던 아들의 한마디가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그 무게감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질문이 다시 돌아온다.
어떻게 살아야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대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이 버거움이 아닌, 멋진 여행처럼 느껴지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또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아이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힘, '독립'을 키워주되 그것이 지나친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보다, 어떻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먼저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내 삶을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설렘'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