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자 산으로 보내기 작전

by 빼어난 별

몸이 아프고 나니,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온몸이 천근만근인 채로 아이들의 "엄마!" 소리를 들을 때면, 죄책감과 짜증이 동시에 몰려오기도 했다.

며칠째 감기몸살로 기운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친구가 등산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 문득 '나도 잠시 자유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 이 기회야!" 속으로 외치며, 번개처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세 남자 남편과 두 아들에게 슬쩍 제안을 던졌다.

두 남자는 원래 활동적인 성격이라 말하자마자 "좋아!" 하고 흔쾌히 응했다.

한 남자는 평소에 '이불 밖은 위험해요~'를 외치며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 잠시 고민했지만, "체력이 있어야 뭐든 잘할 수 있지! 오늘은 숙제도 면제야"라는 달콤한 제안에 금세 마음이 움직였다.

가볍게 물 한 병씩을 가방에 챙기고는 출발 준비를 마쳤다.


자의든 타의든, 나는 결국 세 남자를 등산길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현관문이 '찰칵' 소리를 내며 닫히고,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는 그 찰나, 나도 모르게 깊은숨이 나왔다. 드디어, 조용하다.

무언가 큰일을 해낸 듯한 해방감이 가슴 깊숙이 밀려왔다.


오전 10시, 산으로 향하는 일정.

어른 셋, 아이 다섯 모두 남자들만의 조합이었다. 함께 떠나는 풍경을 배웅하며 나는 나만의 하루를 시작했다.


익숙한 공간이 새롭게 느껴졌다.

이토록 새소리가 청량하고, 차소리조차 평화롭게 들릴 수 있다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마저 내게는 작은 위로였다.

커피를 내려 한 잔을 들고 책을 펼쳤다. 아무 방해도 없는 고요한 순간.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유일한 소음이었다.

나는 진짜 '자유'를 느꼈다.


혼자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짜릿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함.

그동안은 들리지 않던 내 마음속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


세 남자가 함께 있으면 내 몸은 열 개라도 부족하다.

한쪽에서 "엄마~" 하면, 다른 쪽에선 " 자기야~" 하고 나를 부른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호출이 들어올 때면, 가끔은 다 놓아버리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조용한 주말 아침, 내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보내는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나에게, 우연히 주어진 이 고요한 시간이야말로 진짜 '힐링'이었다.


예전엔 주말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

단 몇 시간이 이렇게 감사하고 벅차게 느껴질 줄이야.


자의든 타의든, 이런 시간을 허락해 준 남편에게 고맙고,

함께 등산 가준 아이들에게도 고맙다.

그리고 산에서 본 예쁜 꽃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준 아이의 다정한 마음은

이 조용한 오후에 또 다른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나는 오랜만에 '나'로 존재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그 하루는 자유로웠고, 충만했으며, 완벽하게 행복했다.

이 글이 누군가의 고요한 하루를 응원하는 작은 시작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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