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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알 Jun 25. 2023

도덕과 효율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는 결정인가

평소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 중 하나 어피티에서 북클럽을 연다는 소식에 잽싸게 신청했다. 어피티는 경제 시사 뉴스나 간단한 재테크 정보를 제공해 주는 뉴스레터로 주로 부동산에 대한 지식을 얻거나 다른 사람들의 재테크 후기를 즐겨보곤 했다. 그렇다고 딱히 애착이 많은 뉴스레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북클럽에 참여한 이유는 이번 과제가 마이클 센델"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로 꽤 난이도가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은 게 어언 5~6년 정도 됐기도 했고, 딱히 기억에 남는 인사이트도 없어 다시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자 참여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고 그 생각이 더욱 견고하게 굳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확실한 것은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내가 생각하는 가치는 완전한 반대의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책은 도덕과 경제적 효율을 같은 저울에 올려두면서 독자로 하여금 저울질을 해볼 수 있도록 많은 내용을 전달한다.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가 담겨있지만, 제목과 소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이클 센델은 도덕에 우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절대 편향적이지 않다.



행복이 정녕 지탄받아 마땅한가

만약 당신에게 손흥민의 축구 경기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축구를 관람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손흥민의 경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누군가에게 높은 가격을 주고 판매할 것인가?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손흥민의 경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누군가에게 매우 비싼 가격에 판매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돈으로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거나 새로 나온 갤럭시 휴대전화를 구매할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 손흥민의 경기를 관람하는 것보다 더 많은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마이클 센델은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면서 그들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들이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만든다. 이것이 이 책이 10년이 넘도록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발칙한 생각에 어느 누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보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환하게 비치는 뜨거운 태양이 우리가 보는 모든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도덕적인 것을 더 아름답게 보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 살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도덕적인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할 것이다. 나에게 도덕이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회적 규범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이다. 모든 인간이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법의 아래에서 우리의 행동을 통제받는다. 나는 반대로 도덕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장발장은 어느 날 맛있게 구워진 빵을 훔친다. 빵을 훔친 장발장은 그저 배가 고팠을 뿐이고 빵을 맛있게 구운 제빵사는 장발장을 감옥에 보낸다. 그리고 감옥에서 나온 그는 다시 한번 교회에서 은식기를 훔친다. 그의 행동은 절대 도덕적이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굶주리고 있는 장발장을 돕지 않은 제빵사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장발장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당대 프랑스의 사회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언제나 태양이 환하게 우리를 비추지 않는다. 가끔은 흐린 날도 있고 어느 날은 지독하게 비가 오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회사로 출근한다. 우리가 좋든 싫든 지금 이 세상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고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비참해지기 전에 이것을 깨닫고 이 속에서 강해지는 것이 스스로 "나"라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지 않을까. 


어피티 북클럽

1.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거래되는 사례를 관찰하거나 경험한 적이 있나요? 그러한 모습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2. 나에게 ‘돈’이란 무엇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화폐로서의) 돈‘을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세요.


3. 나에게 ‘도덕‘이란 무엇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도덕’을 지키기 위해, 내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이나 기회를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세요.


4. 도덕적 행동과 돈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일까요? 도덕적 행동과 돈의 관계를 이상적으로 지켜가고 있는 사람, 기업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나요?


위의 4가지 질문 중 3번이 이번 글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에게 돈이란 무엇인가?

통장에 7,000원 밖에 없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적이 있었다. 살면서 가장 비참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그날을 절대 잊을 수가 없다. 길을 걷던 중 치킨집 앞을 지났는데 그날따라 치킨 냄새에 취해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후라이트 치킨 1마리를 주문하고 당당하게 카드를 건넸지만 잔액부족으로 결제가 되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께 연락해 상황을 설명한 뒤 치킨 한 마리를 가슴에 품고 작디작은 월세방으로 돌아갔다.


돈이 없어 먹고 싶은 음식하나 제대로 사 먹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고 그날 나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도덕은 살면서 나를 배부르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 100만원을 벌고 30만원짜리 3평 월세방에 사는 학생에게는 돈이란 없으면 비참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돈은 나를 배부르고 따뜻하게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가치를 도덕이라는 이름하에 포기하라고 한다면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꽤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독후감을 쓰기 위해 필사에 가깝울 정도로 책에 나온 거의 모든 문장을 메모하면서 읽었다. 평소 책보다는 미디어나 뉴스레터를 통해서 글을 접하는데 책 읽기라는 상징적인 목표를 달성한데 있어 적지 않은 뿌듯함도 얻었다.


다시금 손에 책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 준 어피티 북클럽에 감사하며 독후감을 마무리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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