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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알 Mar 03. 2024

나는 아침을 좋아했구나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난다. 학교에 간다거나 회사에 출근을 하는 등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아침에 일어난다. 동안 일과를 보낸 저녁엔 여가시간을 즐긴 잠에 든다. 그리고 다시 아침을 맞이한다. 


직장인이라면 평균 9시간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출퇴근시간을 포함해 하루의 절반을 회사를 위해 보내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회사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가 모두 다르겠지만 적어도 주변의 사람들은 출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더라.


직장인에게 아침이란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의 시작이자 지독하게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랬다.


2024년 1월 나의 아침은 사라졌다

 2년여간 다닌 회사와 이별한 이후 곧장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평소 계획을 세우는 성격이지만, 일상의 큰 변화를 주고 싶어 30일의 여행 일정에도 4일의 숙소만 예약하고 여행을 즐겼다.


처음에는 신나는 마음에 하루 5~6시간만 자면서 맛집이나 유명 관광지 등을 정말 바쁘게 다녔다. 그런데 고작 5일이 지나자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전 10시 11시를 넘어 여행 말기에는 오후 3시에 일어나는 것도 빈번했다. 어느덧 나의 아침은 사라졌다.


휴식이라는 목적이 있었지만,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지낸다는 것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여행을 통해 중요했던 것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즐거운 일이 더 많았지만.


30일간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일본에서 생긴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떠한 위기도 느끼지 못하며 하루를 보내던 중 "오늘 무슨 요일이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럼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어느 날처럼 릴스와 쇼츠로 도파민을 자극하고 있던 중 엄지손가락이 아파왔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아파 본 적 없던 손가락이 아팠던 것이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던 것이었을까. 무언가에 하루의 절반을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회사를 위해 하루의 절반의 시간을 쏟았지만 나는 정말 나를 위해 대책 없이 살고 있었다.


울타리가 사라진 이후

자기계발을 시작했다. 도서관 멤버십을 만들었고, 영어 스터디를 다시 시작했고 그리고 주 4~5회 헬스장에 간다. 그럼에도 12시간을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루틴을 추가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2년 전쯤 결제해 두었던 데이터 분석 강의를 듣는 등 미루어 두었던 것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이후 OTT나 인스턴트 콘텐츠 빠져 살며 집에서 오는 편안함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이제금 아침을 그리워하는 것을 보니 "아! 나는 아침을 좋아했구나".


그럼에도 나의 아침은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아침을 좋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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