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임오렌지 Dec 06. 2020

겨울에 더욱더 맛있는 레시피

쌀 찌는 건 함정

크리스마스가 아직 남았지만 창고에서 7,8년 방치해 둔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냈다.

올해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힘든 한 해였기에 크리스마스트리의 화려함이 주는 위로를 받고 싶었나 보다.

나무틀만 있고 이사 올 때 전구들과 장식품을 다 버리고 온 걸 이제서야 생각났다. 나 답지 않게 왜 깔끔을 떨었는지... 이렇게 다시금 꺼내서 꾸미고 싶어 질 줄이야...

급한 대로 다이소에서 이것저것 샀다. 이쁜 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반짝이는 트리기만 하면 좋다고 생각했다.

세 식구가 한마음으로 뚝딱 만든 트리는 전구를 켜는 순간 마음이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한 켠에 트리가 반짝이고 있고 나는 호떡을 먹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호떡!

아마 갓 만든 호떡이, 추운 겨울바람이 부는 지금이 가장 맛있을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겨울에 더욱더 맛있는 음식들이 떠 올랐다.


<뭇국>

겨울무는 단단하고 달다. 무 요리는 겨울에 실력 없이 대강 만들어도 맛있다.

1. 무를 채 썬다. 잘 못 썰어도 좋다.

2. 채 썬 무를 국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볶아준다.

3. 쌀뜨물을 부어준다.

4.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너무 간단하고 밋밋해서 이게 뭐야... 할 수도 있겠다.

근데... 은근히 맛있다. 나이가 먹어감에 입맛이 변하는 건지, 소화가 잘 안돼서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게 된 건지... 먹고 나면 속도 편하다.

 

< 추 수제비 >

집에서 수제비를 종종 만든다. 반죽만 하면 생각보다 쉽고 생각보다 맛있다.

겨울에 수제비는 그 뜨근한 국물 덕에 한층 맛있게 느껴진다.

조금은 색다른 부추 수제비. 비록 부추가 겨울에 맛있어지는 채소는 아니지만 어디 유명한 수제비 집에서 맛보고 따라 해 본 수제비다. 미식가가 아니면 얼추 비슷하게 느껴질 듯하다.


1. 볼에 밀가루를 넣고 물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을 한다. (집에 감자수제비 가루나, 감자전분가루가 있으면 한 스푼 추가)

2. 반죽에 소금 한 꼬집 넣는다.

3. 반죽이 거의 완성이 되면 부추를 0.5mm 정도로 송송 썰어 반죽에 넣어 다시 치댄다. 수제비 반죽은 조금 질면 좋다.

4. 완성된 반죽을 비닐에 넣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5.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내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6. 냉장고에서 한두 시간 넣어 둔 반죽을 내 맘대로 떼어 끓는 육수에 넣는다(이때 감자 or 바지락 or 호박 등 좋아하면 넣고 안 넣어도 좋고) 얇게 떠도 좋고 두껍고 못난이로 떠도 씹는 맛이 생겨 좋다. 내 맘대로!


부추 향이 솔솔 올라오는 뜨근한 수제비... 거기에 김장 김치 한 포기 머리만 뚝 잘라서 같이 먹는다.

음... 몸이 녹는다...


< 배추전 >

무나 배추, 생강등이 다 겨울에 맛있다. 그래서 김장이 맛있는 거 같다.

배추도 겨울에 참 달다. 배춧국도 겉절이도 겨울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배추전은 극강 초간단 요리지만 맛은 최고다.


1. 배추 한 잎 한 잎 따서 씻는다. 배추 대가 두껍고 조금 휘어 있으니 칼 등으로 두드려 편편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놓는다.

2. 밀가루에 물은 흥건히 타서 묽게 밀가루 물을 만든다

3. 밀가루 물에 소금 한 꼬집

4. 배추 한 면에 밀가루 물을 끼얹고, 그 면이 바닥으로 놓이게 프라이팬에 올린다.

5. 나머지 배추 윗면에 밀가루 물을 끼얹어 입힌다.

6. 앞뒤로 골고루 구웠으면 초간장(간장+식초)에 찍어 먹는다.


배추 결대로 길게 찢어서 별거 아닌 초간장에 듬뿍 찍어 먹으면 밀가루의 바삭함과 배추의 은은한 단맛과 식초의 상큼함에 배추 한 통은 먹을 수 있겠다.


< 꿀 호떡 >

호떡, 호빵, 붕어빵 등은 왠지 겨울에 먹어야 제 맛!

호떡 유명한 집도 많고, 잡채호떡, 견과 호떡, 카레 호떡 등등 종류도 많지만 불변은 갓 구운 호떡이 제일 맛있다.


1. 시중에 나와 있는 호떡믹스를 사서 포장 상자에 적혀있는 대로 그대로 만들면 된다.

2. 그 방법대로 반죽 믹스와 물을 섞으면 너무 뻑뻑해서 물을 더 넣고 싶은 유혹이 든다.

그렇지만 나를 믿지 말고 그 호떡 믹스를 만든 회사 말을 듣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나면 질어진다.

경험상 반죽 후 바로 만드는 것보다  상온에 좀 두었다가 만드는 게 반죽도 적당히 부풀면서 질어지고 찰져진다.

3. 반죽을 떼어 공처럼 만든 다음 납작하게 눌러 가운데에다 흑설탕을 넣고 가장자리 밀가루를 모 모 오므린다.

4.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호떡 누르 개로 앞, 뒤 눌러준다(누르개 바닥에 식용유 조금 발라야 호떡이 잘 떨어짐). 누르개가 없으면 접시로 눌러도 좋다. 앞 뒤로 눌러 노릇노릇 구워준다.


하나의 믹스 봉지로 지름 10cm 정도의 호떡이 10개 정도 만들어진다. 갓 구운 뜨거운 호떡을 한 입 조심스레 베어 물면 설탕이라 쓰고 꿀이라고 느끼는 단맛에 행복해진다..

바삭함과 달콤함의 합체는 무엇도 이길 수 없다.


외식도 조심스럽고, 배달음식도 질렸고, 밥을 해대는 나도 지쳐간다.

그래서 더욱 간단한 요리를 찾아 한 끼 해결하려 엄마들은 애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간단하지만 맛있는 제철 음식들로 이제 막 시작한 겨울과 한 해가 지나면 코로나가 끝날 거라는 믿음으로 조금 더 버텨보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삼시 다섯 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