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흐리지만 오랜만에 견딜만한 습도다. 매번 더워서라기보단 습한 날씨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데(나는 땀이 많다…. 정말 정말 많다….) 중복이 지나고 나니 살만하다고 느껴진다. 가지 않을 것 같던, 이렇게나 질긴 여름이 드디어 가려고 준비를 하는 것일까. 말복이 지나기 전에 늘 입추가 오곤 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몇 달을 조금만 더 견디면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을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시간이 흐른다는 전제만으로 위안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고, 어떤 사건이나 상황으로 타격을 받았던 경우에도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타격이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지만, 보통 적절한 치유 방법과 함께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다면 생각보다 견딜 수 있는 아픔이 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선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삶을 대하는 방식이 아직까진 참 서툰 것 같다. 서툴러서 나 혼자 과민 반응을 하는 것 같고, 그럼 또 이 내 감정과 서툴러 보이는 내 모습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예전엔 이 서툶조차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아 가슴 아파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주변 친구들은 나의 감정을 존중해주며 내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살아간 지도 10여 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 이렇게나 서툴다니…. 나에 대해서 알면 알게 될수록 실망스럽다. 그러나 이젠 어느 정도 시간을 견디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이불 속에서 밍기적거려도 시간은 성실하게도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나의 성실을 믿기로 했다. 시간이 가는 것을 마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나의 성실을. 조금만 더 시간을 견디면 바람이 불 것이고, 나의 날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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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5.
습도 높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