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처럼 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세상은 나보고 혼자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 그러나 내가 좋은 마음으로 베푸는 친절조차도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배려나 친절을 베푸는 것은 오히려 이기적인 행동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는 것. 호의를 가지고 관심을 보여주면 대부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나의 착각이었다. 물론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베푸는 호의나 친절은 아니었다. 그냥 나란 사람의 소프트웨어에 기본 장착된 프로그램일 뿐…. 그러나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건가? 여전히 저렇게 말하는 이들의 입장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본인이 직접 손 내밀지 않는 이상 관심도 가지지 말라고 한다. 이런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배려를 베풀라치면 “네가 뭔데?” 하는 눈빛이 곧장 나에게 날아온다. 동시에 다소 날카로운 거부 반응이 따라오곤 했다. 물론 그들은 내가 굳이 다가오려니 단순한 거부 의사를 내비친 것일 수도 있겠다. 나 혼자 날카로운 반응이라고 잘못 받아들였을지도…. 아무튼 자길 건들지 말라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그들을 마주하다 보면, 이건 또 무슨 심보인지 왠지 모르게 난 계속 그 사람에게 마음이 쓰였다. 때로 그들은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관심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기가 지정해 놓은 사람이 베푸는 관심이 아니라면, 나의 친절은 ‘눈치 없음’이 되고 더 나아가 혐오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정도면 내가 떨어져 나가야 할 텐데…. 나도 참 답답한 사람이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여러 날을 고민만 하곤 했다. 한번 거부 반응을 받으면 그 후론 또 잘못 건드려 화를 더 키우게 될까 조심스러워진다. 난 겁쟁이다. 그래서 더는 상대방을 건들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다. 그저 나 홀로 속앓이만. 제발 좀 관심 가지지 말라고 하는데, 왜 내 마음은 따라주지 않는 건지. 이런 내 마음이 그 사람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아닐 것이다.
넌 너무 오지랖이 넓어. 심해. 과해. 네가 뭔데 남 인생에 참견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이 정도면 내가 정신이 이상한 건가 싶어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가 사회부적응자 혹은 정신이상자가 아닐지 조심스레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결같이 “유난 떤다”라고 말했다. 뭐, 좋아. 그렇다면 내가 더 세밀한 눈치를 키워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1. 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 발견! (딱 적정거리까지만 다가가기)
2. 저 사람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가, 아닌가? (일정 시간을 두고 관찰한다)
3. 도움이 필요하군! 그렇다면 내 도움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상대방의 주위를 부유하는 주변 인물들과 상대방의 눈치를 살핀다)
4. 오! 상대는 내가 아닌 저 사람의 도움을 바라는 것이군!
그렇다면 나는 쿨하게 돌아서야 하는 것이군! 안녕-! 건강히-! (유유히 사라진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그러나 난 전혀 쿨하지 못 한 사람이었다. 쿨해지고 싶어서 나름대로 노력도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그건 쿨이 아니고 쿨한 척이라고 여러 번 핀잔을 들었다. 여전히 신경 쓰이는 이들이 많다.
관심과 오지랖을 양옆에 두고 균형을 맞춘다. 난 내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중심이 아니어서 어느 날은 저울이 우당탕탕 무너져내리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한번 더 해볼까?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다시금 축을 세우고 양옆에 ‘관심’, ‘오지랖’을 달아둔다. 다시 밟고 선 채 중심을 잡는다. 기우뚱-!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참 많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