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남겨진 시간

by 김단이


아침은 생각보다 발랄하게 시작했는데 고작 하루에 지쳐 아직 자정이 되지 않았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가끔 그런 날이 있다. 그럴 땐 대체로 뭘 해도 힘이 나지 않는다. 해야 할 것이 산더미임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내 손에 쥐어진 시간조차 감사하게 생각하라지만, 손바닥 안에 있는 시간이 한없이 작아 보일 때가 참 많았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힘보다 세상이 더 커 보이는 것처럼. 이럴 때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난 보통 하던 일을 멈췄다. 되지도 않는 것을 그만두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거짓말처럼 다음 날 아침은 좀 더 새로운 기분이 되어 있기도 했다. 그러나 난 모든 일을 멈추었다가도 포기한 일을 위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직 자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건 아마도 미련의 색을 띤 성실함일까. 억지로 나를 책상 앞에 앉혀 둔 이 미련함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가 나를 기다릴 때도 있었고 때론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가 나를 기다려줄 때도 있었다. 지금 자리에 앉으면 내일은 어떤 빛을 띤 얼굴이 나를 기다려줄까. 후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손바닥도 시간도 책상도 다시금 힘을 낼 수만 있다면 그냥 다 좋았다. 겨우 괜찮았다. 그러나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없었더라면 결코 난 책상 앞까지 한 걸음 떼기도 힘겨웠을 것이다. 오늘만 날이 아니므로 내일을 위해 날 토닥이는 시간을 갖는다. 밤의 길이보다도 아직 내가 가진 시간이 다하지 않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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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9.

손바닥에 남겨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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