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받아내는 시간

by 김단이


어느 비가 오는 날, 우산이 없어서 급하게 한 카페에 들어왔다. 서둘러 빗물을 털고 소파가 있길래 푸욱 주저앉았다. 그런데 몸을 던지듯 주저앉은 소파는 내 엉덩이를 받아낼 뿐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 푹신푹신한 느낌만…. 편한 소파를 만나고 나선 그 지역에서 일정이 있을 때마다 이 카페로 왔다. 다홍색 벽면에 등을 붙인 채 자리한 초록색 소파는 언제나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끔 그 소파 자리에 내 엉덩이 하나 붙일 만한 면적이 있으면 거기로 가서 쓰러지듯 앉았다.


매시간 기다리는 것이 성별도, 크기도, 무게도 다양한 엉덩이들뿐이라니. 그렇지만 소파는 늘 말이 없었다. 그 소파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나는 과연 누군가 맘 편히 엉덩이를 대고 앉아 쉬고 갈 만한 사람일까. 예전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왠지 모르게 타인에게 앉으라고 내어주는 나의 무릎은 뾰족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뾰족한 면에 난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앉으라고 권유만 해왔던 것일까. 실은 그것도 아니었다. 삐죽빼죽 뾰족해져서 아무도 앉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 사실을 깨닫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나는 타인의 감정에 무뎌져 있었다. 언젠가는 나의 뾰족한 무릎에 기꺼이 안겠다는 사람도 나는 심술궂게 가려가며 피했던 것 같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무릎을 내어줄까. 한번 앉아보라고. 앉으면 조용히 출렁거리는 편안함을 보장해주겠다고. 급히 엉덩이 하나 붙이고 쉬어야 할 때 내가 생각난다면 기꺼이 날 찾아오라고.



_

23.08.10.

엉덩이를 받아내는 시간

keyword
이전 19화손바닥에 남겨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