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루틴

by 김단이


말복이 지나고부턴 아침마다 땀에 젖어 있지 않아 상쾌하다. 에어컨을 약하게 틀거나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을 자도 아침이면 찝찝했는데, 이젠 어느 정도 여름이 한발 물러설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바로 식탁에 앉아 물을 데우고 커피 가루를 탄다. 귀찮아서 티스푼 따위는 사용하지 않는다. 커다란 통에 담긴 커피 가루를 여전히 잠에서 깨지 않은 상태에서 탈탈 부어 마시는 바람에 커피의 진하기는 그날그날 제각각이다. 컵에 담긴 커피 가루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물을 붓고 그 위에 다시 찬물을 붓는다. 그리고 멍때리기를 5분. 커피를 다 마시면 찬물을 떠 와 종합비타민과 루테인을 한 알씩 챙겨 먹는다. 커피를 마신 직후이기 때문에 뱃속에서 비타민과 커피 물이 섞이지 않을까 매번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늘 마음의 여유가 없어 이렇게나마 비타민을 챙겨 먹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잠을 깨기 위해 샤워를 마치면 바로 일과 시작.


늘 똑같은 루틴의 아침. 하루의 시작이지만 오늘 하루는 좀 달랐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요즘 특히 그렇다. 오늘은 어떤 사람이 혹은 어떤 사건이 나에게 ‘선물’ 같은 하루를 안겨줄 것인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침을 지나면 어느새 낮 오후가 되어 있었다. 기대하는 나날이 지속되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었다. 어느 날부턴 기대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가 방법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무언가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분을 바꿔보는 것으로.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쪽으로 향하던, 기대하고 싶은 마음을 나에게로 애써 돌려본다. 기대하고 싶다는 건 지금 내가 괜찮지 않다는 의미이므로. 어떤 이들은 기분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많이 들었던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쉬운 것이 어려운 이들도 있지 않은가. 나도 그랬다. 쉽지 않다. 그렇지만 천천히 나의 기분을 살핀다. 매번 똑같은 아침이지만 내가 괜찮으면 오늘 하루도 무탈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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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아침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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