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들을 정리했다. 이제 보지 않거나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책은 다 모아서 노끈으로 묶고 집 앞 쓰레기더미에 올려두었다. 여전히 책상 귀퉁이에 이런저런 책들이 산처럼 쌓여있지만, 공간이 아주 조금 넓어졌다. 깔끔해진 책상 위를 둘러보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정리하면서 새삼스럽게 내 책장에 자리한 책들의 제목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알게 된 건 최근 5년간 내가 보던 책이 다 비슷비슷한 제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미움받을 용기>, <사랑이 필요해서 그래> 등 신기하게도 상처, 사랑, 자존감, 마음과 관련된 키워드나 주제를 가진 책들이 많았다. 개중엔 <죽여 마땅한 사람들>처럼 자극적인 제목을 가진 책도 있었다. 때론 제목에 혹해 산 책이 기대하던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어쨌든 책장에 꽂힌 책 제목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고 있음은 분명했다. 앞서 언급한 책들의 제목으로 유추해보자면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나는 매우 매우 예민하고 미움받을 용기는 없지만, 사랑은 필요한 사람. 때로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으니 주의 바람(?)>
뭐 예를 들자면 그렇단 얘기다. 막연히 책 제목을 바라보고 있자니 과거의 고민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인간관계로 오랜 시간 힘들어했었다. 사실 지금도 그런 고민이 완벽하게 해결되진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그런 고민보단 삶이 더 막막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산 책들의 제목을 살펴보니 결혼, 삶, 인생, 편집자, 출판 등의 주제를 담은 책들이 눈에 띄었다. ‘확실히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생각하다가 피식 미소가 번졌다.
10년 뒤 나의 책장엔 어떤 제목을 가진 책들이 꽂혀있을까. 사실 책이야말로 내가 필요로 하고 얻고 싶은 정보를 담은 콘텐츠이기에, 나란 사람에겐 전혀 없는 것들을 주제로 한 책들이 나의 서재에 꽂혀있을 것이다. 그러나 10년 후 그때엔 책 제목만 봐도 “아, 이 사람 지금 행복하구나. 만족스럽구나. 풍족하구나.”라고 느껴질 수 있는 책들만 꽂혀있길 바란다. 그런 분위기를 풍길만한 책 제목이 과연 있을까 싶긴 하지만 어쨌든. 책 정리를 하다가 어린 나의 삶을 엿보고 다시 소망을 쌓아간다.
책이 말하는 나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