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모 만족도는?
지난주 강의는 웨비나 교육이었다. 상담실에 가져오는 고민 중의 단연코 인기주제인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 외모에 대한 만족도와 자존감이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며 아래의 질문을 던졌다.
강의를 할 때 가끔씩 던지는 질문 중 하나,
"여러분은 자신의 외모에 어느 정도 점수를 주고 싶나요? 나의 외모에 만족하는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요."
화면에 올라오는 점수들이 심상치 않았다. 100점이 연달아 올라왔다. 이럴 수가!
"와~여러분 대단하십니다. 여태껏 만난 집단 중에 최고입니다. 보통 평균이 70점 정도 나오고 90점 넘는 분들이 간혹 계시는 정도인데... 음 웨비나 교육이라 그럴까요? 대면교육이 아닌 ㅎㅎ 방금 40점이 나왔네요. 평균값을 향한 배려심이 돋보이는 분이신 듯합니다. 누구신지 뵙고 싶네요~~ 자~만약 외모에 대한 자기 만족도 점수 평균이 100에 가까운 집단이다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이 집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자존감이 높다'
'나르시시즘'
'착각의 늪에 빠진 집단'
"여러분의 답처럼 보통은 생각하실 거예요. 저 역시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꽤나 심했거든요. 초등학교 일기장에 이렇게 써 놓았더라고요"
[사촌이 놀러 왔다. 사촌들은 고모를 닮아 모두가 예쁘게 생겼다. 오빠는 내가 갖고 놀고 있던 인형을 뺏어서 사촌에게 주었다. 내가 인형을 달라고 하자 오빠가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나는 화가 났지만 참았다. 눈물도 몰래 흘렸다. 사촌이 예쁘게 생겨서 오빠가 저러는 거다....]
"어찌 되었든 현재의 저는 달라졌는데요. 제 외모를 제가 좋아하게 되었어요. 의식적으로 좋아하려고 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냥 자신 그대로를 받아들였더니 괜찮아 보이더라고요(ㅎㅎ). 한 번은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자신의 외모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주관적인 평가를 해보자 했지요. 모인 분들이 제 눈에는 다들 괜찮아 보여서 당연 80점 이상은 되리라 예상을 했었어요. 그런데 저만 90점을 주고 나머지는 70점 수준인 거예요. 진짜요~**님 정도면 95점 이상은 돼야 하는데? 하며 확인을 해 보았는데 정말 외모 콤플렉스가 있더라고요. 다들 자신의 멋진 부분은 무시하고 맘에 들지 않는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어요. 실제로 그 부분이 전체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요"
'우리는 뭐지요? 다들 자존감이 높은 걸까요?'
"글쎄요, 그럴 수도 있지만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 답답하네요. 제 지인 중의 한 분이 98점을 주었는데요. 농담 삼아 너무 높은 것 같은데 그럼 남편분은 몇 점 주실래요? 했더니 93점을 주시더라고요. 본인만 높게 준 게 아니구나 싶어 이유를 물어보니 시작이 달랐어요. 얼굴형, 피부, 키, 비율 등 이런 조건이 평가에 중요하지 않았어요. 사람에게 중요한 얼굴, 몸통, 팔다리가 있으니 당연 90은 넘어야지요. 그리고 눈, 코, 입 제대로 있고 시력도 좋고 몸도 가볍고 하니 98? 남편은 저보단 낮게 93! 100점은 좀 찔려서요~하시는 거예요. 제대로 한방 맞았어요. 어떤 질문에 대한 반응이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닐 수 있구나~사람의 가치와 사고패턴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는데 보이는 통계치라는 함정에 빠져 잘 못 해석할 수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은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본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타입으로 대화 시에도 핵심을 파고들며 주변을 도는 대화를 달가워하지 않으신답니다. 여러분들도 뭐 이런저런 이유로 점수를 주셨을 거예요. 그래서 나르시스 집단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네요. 그런데요, 제 지인분 실제로 자존감이 상당히 높으시답니다, 자기애도 충만하고요!^^"
비슷한 맥락으로 딸에게 살 좀 빼라~라는 잔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딸이
"내가 불편한 게 없는데 다이어트를 왜 해?" 하길래,
(살짝 눈치 보면서)"움직이는데 둔하지 않아? 엄마는 살찌니까 몸이 무겁고 힘들던데~" 하니까
"전혀, 내 몸이 얼마나 가벼운데~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야~" 했다.
합당한 말이다!
아주 예쁜 지인이 있다. 예술분야에 몸 담고 있는 그녀는 정신세계만큼이나 얼굴도 몸도 예쁘다.
그녀가 최근 이러는 거다.
"전에는 옷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네~편한 옷만 찾게 되고... 글쎄 어제는 뽈록 나온 똥배가 너무 사랑스러운 거야. 동그란 게 너무 귀엽지 않아? 배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신경 쓰여 금방 빼곤 했는데 이제 이 배가 사랑스러워 보이니 큰일이네~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충격적이야~"
우리는 변한다. 시선이.
그 시선 속엔 내가 살아온 시간이 녹아있다.
현재의 시선에 갇혀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의 만족스럽지 않은 시선이
흘러흘러
사랑스럽게 변할 수도 있다.
시선은 흐르고
새로운 나를, 새로운 그대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