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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소킴 Nov 01. 2024

26살에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이 좋겠다

남편이 남자친구이던 시절, 우리는 간혹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는데 남편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사실 남편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많이 많은데!), 그 전의 연애들에서 항상 결혼을 생각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결혼이 꼭 필요하지 않게 여겨졌다고 했다. 서로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잘 묻지 않는 분위기이다 보니 아무도 남편에게 왜 결혼을 안 했냐고 물어보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본인도 왜 결혼을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사랑의 결실이 결혼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나. 그래도 나와 계속 만나면서 언젠가 결혼을 해야 한다면 나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반면에 나는 미국에 살다 보니 결혼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외국에 살면서 제일 힘든 점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주위에 없다는 것이다.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누구를 불러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러다 보니 남자친구와 지내면서 '이 사람과 내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 결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위에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거나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꽤 많이 본다. 실제로 친구 중에 결혼해서 아이가 둘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이제 21살이다.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 중에 결혼을 한 친구는 지금도 한 손에 꼽는다.


다만 나도 그 언제가 언제일지는 생각해보지 않았고 급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결혼을 생각은 하지만 계획은 없는 상태로 연애를 이어가다가 같이 한국에 갈 기회가 생겼다. 서로 진지하게 만나는 만큼 이번 기회에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오랜만에 한국에 가는 거였는데 일정이 길지가 않아서 가족들도 친구들도, 서로 함께 보는 자리가 많았다. 그렇게 처음 남편과 함께 한국에 가서 서로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들을 가졌다. 그리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결혼을 결정했다.


남편은 나와 자기 친구들을 만나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했다. 남편 친구들은 나를 만나고 나서 남편에게 전보다 많이 편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남들을 배려하는 성격인 남편은 누구를 만나도 본인을 상대방에게 잘 맞춰주는 스타일인데, 내가 남편이 해 주는 배려를 고맙게 생각하고 그 보다 더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했단다. 나는 남편과 함께 우리 부모님을 만나고 더 결혼을 결심했다. 나는 사실 우리 부모님을 만나기 전에 걱정이 정말 많았는데, 남편이 워낙 싹싹하게 부모님을 대해줘서 두 분 모두 남편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런 모습이 고맙고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서로 여자친구 남자친구로 가족들에게 인사드리러 간 한국 여행길에서 예비 신랑과 신부 타이틀을 얻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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