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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소킴 Oct 28. 2024

엄마랑 아빠는 뭐 하는 분들이세요?

한국인 둘의 미국살이

남편과 나는 둘 다 유학생으로 처음 미국에 왔다. 둘이 같은 분야를 공부하고 있어서 오기 몇 달 전부터 알게 됐는데 그때는 서로 관심이 없었다 (둘 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미국에 와서도 한동안은 서로 그냥 친하게만 지냈다. 아무래도 타지에 와서 생활하다 보니 서로 도움을 주고받긴 했지만 같이 온 다른 사람들이 많아서 다 같이 어울렸을 뿐, 친한 오빠 동생사이가 전부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전에 만났던 연인과 헤어지고,  같이 온 유학생 동기들 중에 유독 우리 둘이 술을 좋아하다 보니 여러 술자리에 자주 같이 가게 됐다. 그렇게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가까워졌고, 어느샌가 연인이 되었다.


공부를 모두 마치고 우리는 둘 다 취업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같은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지만 서로 다른 지역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우리는 3시간 정도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됐다. 서로 하는 업무가 살짝 달랐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좀 더 자유로운 스케줄을, 남자친구는 예측할 수 없는 스케줄을 받게 되었다. 남자친구는 갑자기 다음날에도 출근을 해야 할 수도 있는 반면 나는 마음만 먹으면 최소한 주말은 풀로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남자친구네 동네로 가서 만날 때가 많았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해서 3시간 운전을 해 남자친구네 집에서 지내다가 월요일 아침에 회사로 바로 출근을 하곤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났다. 


초봄에 아직 춥던 어느 날, 남자친구의 집과 우리 집 사이에는 산이 하나 있었는데 그 산길에서 그만 차가 미끄러졌다. 나는 비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진눈깨비였고, 내리막길을 가다 차가 그대로 미끄러져 옆에 쌓여있던 눈에 박았다. 나도 차도 다치지 않았지만 나는 너무 놀랐다. 반대편은 낭떠러지였기 때문이다. 눈에 박힌 차를 혼자서는 뺄 수 없어 결국 출동 서비스의 도움을 받고 나니 그대로 다시 출근을 하기가 너무 무서웠다. 회사에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휴가를 썼다. 그 길로 남자친구네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 남자친구네 동네로 이사를 결심했다.


사고가 있은지 4개월 후, 나는 남자친구네 동네로 이사를 했다. 다행히 회사에 전근을 신청한 게 통과가 돼서 같은 회사에서도 계속 일 할 수 있었다. 막상 이사를 오고 나니 남자친구 집과 우리 집, 두 번 렌트를 내는 게 아까운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같이 지내게 되었다. 같이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고 그 길로 한국에 가서 부모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미국에서 작게 결혼식도 올렸다.


그때까지 우리는 학생비자에서 학업을 마치면 쓸 수 있는 워킹비자를 통해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운이 좋게 그 기간 동안 다른 종류의 비자를 통해 더 길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남자친구에서 남편이 된 내 집사람은 결혼을 해서 미국에 체류는 할 수 있었지만 아직 나처럼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결혼을 하면서 신청은 했는데 미국 이민국은... 자기들 멋대로 일하기로 유명한 기관이라 언제 워킹 퍼밋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도 진행 중 하핫). 그렇게 남편이 강제적으로 집에서 쉬는 동안 우리는 2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자마자... 아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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