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소킴 Oct 18. 2024

임신(테스트기) 2일 차

아직도 임신 부정기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역시나 임신테스트기. 역시나 두 줄이다. 화장실에 갔다 온 내 인기척을 느낀 남편에게 먼저 선수를 쳤다. "앞으로 굴러도 뒤로 굴러도 임신이니까 물어보지 마". 내 말을 들은 남편은 말했다. "고마워, 사랑해". 


남편이랑 만으로 3년 정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결혼식을 하기 6개월 전부터 같이 살기 시작했다. 3년의 연애 중 1년 반정도, 차로 3시간 거리에 떨어져서 지냈지만 장거리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주일에 4일을 붙어있었다. 금요일 일이 끝나면 만나 월요일 아침에 3시간을 운전해서 출근을 했다. 같이 놀고먹고 자고, 그때, 우리는 참 부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나서도 연애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전혀 다르다. 지금부터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 투성이다.


제일 먼저 한 일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는 일. 나는 아직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유튜브나 인터넷보다 책에 의지한다. 전자책사이트를 뒤져 임신 관련 서적들을 찾아보았다. 책들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놀랐던 점은 아빠들을 위한 책도 많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여태껏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아서 몰랐던 것 같다. 새삼 엄마용 책이랑 아빠용 책이 나눠져 있는 것도 이상했다. 남편도 보라고 여러 책을 서재에 담아뒀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데 옆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는 남편을 발견했다. "오빠, 책 안 읽어?". 남편이 당황해하며 물었다. 


"응? 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었어?"

"내가 서재에 담아뒀다고 했잖아, 남편 들어가는 제목의 책들은 다 오빠 거야". 괜히 말에 날이 선다.

"아 여기에 있는지 몰랐어, 이제 읽을게". 

너무 신경질 적이었나 싶은 마음이 들어 다시 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조금 이따 키득키득 소리가 들렸다. "이것 좀 들어봐, 남편들이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는 반응이래 (어쩌구저쩌구)". 평소에 책을 즐겨 읽지 않는 남편이 책을 보면서 나에게 재밌는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그런 남편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 사람이랑 같이 부모가 되어보는 거야'.

이전 01화 임신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