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다.
토요일 아침. 불규칙한 생리 주기에도 이때쯤엔 해야 할 것 같은 생리가 며칠 째 시작하지 않았다. 꼭 이렇게 최고로 예민해질 때쯤 생리를 하지 않느냐는 남편의 말에도 이번에는 기어코 테스트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결국 남편이 나가서 임신테스트기를 사 왔다. 오후 두 시쯤에 한 테스트, 결과는 임신. 한국에서는 테스트기를 아침에 해야 가장 정확하다는 얘기가 있지만 미국 임신테스트기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 다만 소변량이 적어서 확실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좀 시간을 두고 다시 해보기로 했다. 아기가 생긴다는 건 물론 아주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에 대한 걱정과 부담감이 몰려왔다. 싫다기보다 너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임신선이 희미해도 임신일 확률이 높다는데, 대조선보다 뚜렷한 임신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내가 임신일리가 없어' 하는 생각이 눈앞에 테스트 결과보다 더 그럴듯했다. 아침부터 임테기를 하기까지, 열 번 정도 울다 웃다 화내다를 반복했다.
다음 테스트를 해보기 전, 장을 보고 오기로 했다. 원래는 10만 원어치만 장을 보려고 했는데 한 30만 원쯤 나왔다. 먹고 싶은 걸 다 담았다. 사케도 샀다. 두 번째 테스트 결과가 비임신이면 마시기로 했다. 카트에 물건을 담는 동안 평소 같으면 적당한 선에서 그만 사자고 했을 남편이, 오늘은 오히려 먹고 싶은 게 없냐고 계속 물어봤다. 내심 기대하는 것도 같았다. 그렇게 장을 보고 집에 오니 남편이, 자기가 짐을 옮기겠다고 했다. 그 사이 나는 또 임테기를 꺼냈다. 결과는 역시나 임신. 짐을 들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임테기를 보여줬다. 남편이 아무 말 없이 나를 꼭 안았다. 사실 처음에 임신인 걸 확인했을 때는 남편이 당황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도 됐다. 그런데 남편이 너무 좋아하니까 약간 얄미운 생각도 들다가, 옆에서 좋아해 주는 게 참 고마웠다. 울고 웃으며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다 콜라가 먹고 싶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남편이 콜라를 사 왔다. 집에 있던 맥주도 오늘 사온 사케도, 내가 못 마시니 자기도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 원래도 다정한 남편이지만 앞으로 열 달은 편하게 보내겠다 싶었다.
그렇게 울고 웃은 임신 (테스트) 1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