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본 적이 없는데요,,,
미국에 산지 5년 차.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병원. 일단 병원비가 너무 비싸다. 한국에서는 감기 같은 걸로 병원을 가면 진료비가 5000원? 정도밖에 안 나왔던 것 같은데 여기는 기본이 몇 백 불이니까 아무래도 병원을 가기가 꺼려진다. 건강보험이 있어도 이런데 없으면 어땠을지 짐작도 안된다. 보험이 있다고 다도 아닌 게 병원에 따라 내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병원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아주 간단한 처치였지만 병원에서 내 보험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 온 후 병원에 간 적이 손에 꼽는데 이번에는 꼼짝없이 산부인과에 가야 한다.
처음에는 집 근처를 위주로 알아봤다. 나중에 출산까지 생각해서 찾은 건데 구글 맵에 나온 병원들은 다 평점이 엄청 낮았다 (평균 별 2개 정도). 혼자 찾는 데는 한계를 느끼고 결국 인터넷 한인 카페에 들어갔다. 내가 너무 스트레스받아하니 남편이 병원을 알아봐 줬다. 몇 군데 후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 전화를 했는데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하는 말. "응 그러면 지금부터 한 5주 후에 방문하면 될 것 같아". 잉? 나 임신한 것 같다니까...?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병원에서 하는 말. "지금 한 4주-5주 정도 된 것 같은데 최소한 10주는 되어야 우리가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할 수 있어. 그전에는 초음파로 볼 수가 없어서 기다렸다가 와야 해". 당장 내일이라도 병원에 가서 임신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한 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한동안 가슴이 답답하겠다고 생각했다. 가능한 가장 가까운 날짜로 잡아달라고 해 겨우 조금 날짜를 당겨서 예약을 잡고 통화를 마쳤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임신테스트기가 참 정확하다. 그러니 임신테스트기에서 3번이나 두 줄이 나오면 당연히 임신일 텐데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지 않겠어'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내 눈으로 확인을 하고 그런 다음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싶었는데 벌써부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우울하기도 잠시,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 다시금 책을 꺼내본다. 앞으로 어떤 몸의 변화가 생길지, 용품은 언제부터 어떤 걸 준비하면 좋을지 같은 것들을 알아본다. 알게 될수록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몸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걱정이 한가득이면서 새삼 학교에서는 왜 이런 건 안 가르쳐주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아기를 낳지 않는 추세인데 이렇게 자세히 알게 되면 아무도 아기를 낳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임신을 하고 나서야 아는 건 너무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