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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개기로 아침을 시작하자

미니멀한 아침루틴

우리 집에는 침대가 없다. 누군가는 귀찮게 왜? 허리 아프게 왜?라고 하지만 침대를 비우고 미니멀해진 방이 난 너무 좋다. 침대를 비운 지 7년 차. 매일 밤 이불을 깔고, 매일 아침 이불을 갠다. 덕분에 미니멀한 집과 좋은 습관을 만들었다. 단,  



강제 바닥 취침

결혼 전에도 침대를 썼고 결혼 후에도 침대를 사용했다. 첫째를 낳고도 계속 침대생활을 했다. 킹사이즈 침대 아이와 함께 셋이서 자기에 충분했다.


둘째가 태어나고부터 나는 아이 둘과 함께 바닥생활을 시작했다. 아이들과 바닥에서 자다가 허리 아프면 침대에 몰래 올라갔다가 애들이 깨면 다시 바닥으로 내려갔다. 어차피 통잠을 잘 수 없던 시기라 피곤함은 내 몫이라 여기고 버텼다. 그러다가 점점 바닥생활에 적응했다.


남편은 침대에서 혼자 자기 싫다는 아주아주 배부른 소리를 했다. 난 정말 혼자 자고 싶다. 그리고 눈치 없이 가뜩이나 비좁은 아이들 틈에 끼여자기 시작했다. 방의 절반은 침대가 차지했고 남은 공간에 이불을 깔다. 큰 방이 이불로 꽉 차버렸다. 킹사이즈 침대를 놔두고 모두 함께 바닥에서 자는 웃픈 상황이 시작되었다.



침대 비우기

한동안 그 상태로 살았다. 침대는 가끔 누워서 쉬는 곳이고 아이들과 밤잠은 바닥에서 잤다. 방 안 구석에 침대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스트레스가 심했던 날, 비좁고 답답한 방이 너무 싫어서 침대를 비우기로 맘먹었다. 남편은 쓰지도 않으면서 침대 없으면 불편해서 안 된다고 반대했다. 아, 그럼 침대에서 자던가!!


침대가 아쉽지만 남편 아이들과 함께 자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침대를 비우기로 합의했다. 멀쩡한 침대 폐기물로 돈 주고 버리려니 아까웠다. 크기도 커서 내놓는 것도 엄두가 안 나긴 했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중고카페에 판매글을 올렸다. 이게 팔리겠냐? 그냥 드림해! 하고 남편은 비웃었지만 경기도 사는 분이 용달까지 섭외해서 침대를 싣고 갔다. 이해가 안 된다는 남편에게 큰소리칠 기회가 왔다. 돈 주고 버리려다가 저녁 외식값 벌었다. 니멀이 즐거워지는 순간이다.


평소 매일 청소를 했는데도 침대를 비운 자리에는 먼지와 벌레가 잔뜩 있었다. 으악!!! 맙소사!!! 청소까지 끝내고 휑해진 방을 보니 엄청 넓어 보였다. 그리고 침대 느낌 나는 두툼한 매트를 2개 구입했다. 아이들은 방에서 맘껏 놀 수 있었고 잠잘 때도 걱정 없이 굴러다녔다. 막힌 곳을 뻥 뚫어버린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침대 없는 집

이사를 하면서 역시나 침대를 구입하지 않았다. 덕분에 방이 아주 넓다. 청소하기도 쉽고 먼지 닦기도 쉽다. 청소가 쉬워지면 자주 빨리 할 수 있다. 아침마다 이불을 개면서 환기를 시킨다. 상쾌한 공기 덕분에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한다.


이불을 탈탈 털어서 개는 것도 재밌지만 차곡차곡 옷장에 집어넣고 깔끔해진 방을 보면 기분이 참 좋다.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꽤 근사하다. 언젠가 바닥생활이 힘들어지는 날이 오면 침대를 사야겠지만, 아직은 조금 더 바닥생활을 즐기고 싶다.



아침루틴의 시작

그렇게 이불 개기는 나의 아침루틴이 되었다. 이불 개기를 시작으로 프로그래밍된 집안일을 고민 없이 시작한다. 습관의 무서운 힘을 매일 느끼고 있다. 피곤해서 아침에 일어나기도 귀찮고 싫을 때도 있지만 일단 일어나서 창문 열고 이불을 털기 시작하면 그 뒤에 해야 할 집안일은 저절로 진행된다.


아침에 이불을 개려고 창문을 열면? 방안 온도가 바뀌면서 춥다. 추우면 몸이 움츠려 들고 몸이 둔해진다. 그래서 아침에 눈 뜨면 세수, 양치하고 옷부터 갈아입는다. 잠옷차림은 전투태세로 전환하기 힘들다. 아침 루틴을 시작하려면 복장부터 갖춘다.

 

이불 개기, 물건 제자리에 돌려놓기, 청소기 돌리기, 빨래 정리, 방정리, 쓰레기 정리까지 아침을 시작하는 하루 루틴이다. 빠르면 30분 늦어도 1시간 내에 끝낸다. 아이들이 등교준비할 때까지 나도 집안일을 마치고 아이들을 등교시킨다.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들면 자동으로 부지런해진다. 일일이 고민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움직일 수 있는 힘.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마법.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이불을 갠다. 아, 주말은 빼고!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에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창의적인 생각도 공부도 계획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다. 그래서 난 미니멀한 게 너무 좋다


https://youtube.com/shorts/MYRSnMdb4ck?si=0Jm3VxO2GcQx_Y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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