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작가에 4수 만에 합격했다. 불합격 알림을 받을 때마다 좌절감이 컸다.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도전했다. 불현듯 나의 마지막 30대를 책 쓰기로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쓰기를 시작하려면 브런치 작가 도전부터 꼭 성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예전부터 내 이야기를 적고 싶었지만 두서가 없었다. 내 인생이 너무 평범해 보였다. 브런치에 입문하면 저절로 써지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두 번을 도전했고 실패했다.
2022년 여름, 독서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은 '나'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 가지 활동으로 바쁜 1년을 보내고 2022년의 마지막달 12월이 되었다. 이번엔 책을 꼭 쓰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도전했다. 작가신청 작성 노하우가 부족했고 역시나 떨어졌다. 브런치 합격수기를 10개쯤 읽고 심기일전하여 다시 도전했다. 12월 16일, 드디어 브런치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다
학교에 강의를 가면, 수업시간 동안 그 누구의 방해 없이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할 수 있다. 내가 주도하여 말하는 시간이었다. 강의를 하며 깨달았다. 나는 말하는 걸 좋아한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대화를 통해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하고 상대방에게 공감이나 인정,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마음이 잘 맞는 상대와의 대화는 즐겁다. 남편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으면 엄마들은 마음이 답답하다. 아이들을 학교나 어린이집에 보내고 엄마들끼리 모여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화가 즐겁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 한마디가 갖는 책임감은 생각보다 크다. 그걸 깨닫기 전에 나도 말실수를 참 많이 했다. 농담처럼 가볍게 던진 말들이 오해를 살 때도 있었고 '그냥 입 다물고 있을걸'하고 후회할 때도 있었다.
대화법, 인간관계를 소개한 책들은 말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열려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어야 한다고. 약 2년 동안 블로그 기자단으로 활동을 하며 진천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활동하시는 분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야 했다. 기자로서 인터뷰 경험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질문하며 경청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말은 아끼자고 맘먹었지만, 나도 말을 쏟아내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혼잣말을 했다. 혼잣말은 언제 어디서나 내 맘대로 실컷 할 수 있다. 운전을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듣는 사람이 없어도 상관없다. 머릿속에 생각이 복잡할 때도 목소리로 내뱉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강의하듯 수다 떨듯 그렇게 혼자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덕분에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나도' 말하고 싶은 걸 조금은 참을 수 있었다.
2022년 마지막 미션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유튜브로 이미경, 김창옥 강연가들의 강의를 보며 군더더기 없이 맛깔나게 말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도 말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더부어 나의 이야기로 남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졌다. '동기부여강사', '마인드셋 코치'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동안의 많은 경험들이 다 쓸모 있는 경험이 될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꿈이 생기니까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다. 내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다. 한 번 읽히고 사라질 글 말고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싶었다. 내가 열심히 살아온 인생을 알리고 싶었다.
책 쓰기는 그렇게 나의 인생미션이 되었다. 하지만 늘 엄두가 안 났다. 생각을 글로 쓰지도 못하고 가슴속에만 차곡차곡 담아 두었다. 그리고 2022년 독서치료를 계기로 조금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책 쓰기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서랍에 끄적이고 저장하기를 반복했다.
2022년 경험 쌓기 5년이 끝나는 해다. 지나온 5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5년을 계획해 보았다. 미루고 미루었던 책 쓰기 미션을 남은 12월 한 달 동안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나의 마지막 30대, 마지막 도전. 멋지게 성공하고 싶었다.
늘 막연하게 내 이야기를 주절주절 썼다면, 이번엔 체계적으로 책 쓰기를 준비했다. 도서관에서 책 쓰기, 글쓰기 관련 책을 5권 정도 빌려서 읽었다. 책의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구성했다.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책 쓰기로 맘먹고 나니 늘 책 생각만 났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책내용 뭐 쓸까, 책제목은 뭐로 할까를 생각했다.
어느 날 밤, 누워서 몇 시간째 책 쓸 생각을 하며 고민하다가 갑자기 번뜩하고 책 제목이 떠올랐다. <벼농사로 돈벌면서 딴짓하는 업글인간> 평소 생각해 두었던 어휘들의 조합이긴 했지만 정리정돈이 딱 되는 느낌이었다. 제목이 정해지니 목차 수정도 급물살을 탔다. 좋아, 이제 진짜 시작이다!
곧 40살, 인생을 돌아보며
12월 19일을 시작으로 12월 31일까지 브런치북 완성을 목표로 잡았다. 준비한 글을 1편 혹은 2편씩 매일 발행했다. 올해 초부터 생각을 조금씩 저장해두어 이를 바탕으로 살을 붙이고 정돈하여 글을 썼다. 그동안 블로그활동, 기자단활동 덕분에 글쓰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1편으로 쓰려던 글이 너무 길어져 2편으로 나누기도 했고, 이야기를 쓰다 보니 계획한 주제를 없애기도 했다. 하루에 5시간 넘게 앉아서 글을 썼다. 식탁의자에 양반다리로 오래 앉아있었더니 무릎이 아프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저릿함이 왠지 '열심히 잘하고 있구먼.' 하는 신호 같았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12월 31일. 나는 지금 마지막 편을 쓰는 중이다. 오늘 이 글을 발행하면 목표했던 브런치북 글쓰기는 완성이 된다. 2023년 1월 1일,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브런치북으로 발간해야지. 생각만 해도 신난다. 기특하다, 나 자신!
글을 쓰며 지나간 내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그동안 참 잘 살았구나. 스스로 해주는 위로가 따뜻하다. 누군가는 나의 '작은 성공'들은 '진짜 성공'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도전했고 그 과정 속에서 얻는 작은 성공은 나에게 큰 의미가 되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성공했다고.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의 저자 이현백 작가는 책에서"자신의 인생을 절대로 얕보지 마라. 활자로 펼쳐져 책 한 권에 실리는 순간 평범했던 인생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주부이고 평범한 엄마이다. 평범한 아내이고 평범한 딸이다. 하지만 나는 농사라는 안정적인 수익과 남편의 월급만 믿고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작은 도전들을 반복했다. 그로 인해 삶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는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책 쓰기에 도전했고 성공했다.
지금 나는 행복하고 즐겁고 신난다. 아침이 기대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나의 이런 변화를 '평범함이 안전하다.'라고 느끼며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엄마들에게 주부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100세 시대, 앞으로 남은 인생이 길다.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즐겁게 살기 위해 작은 딴짓을 도전해 보라고.
팀 페리스는 저서 <마흔이 되기 전에>에서 "인생은 결국 얼마나 많은 시간을 '좋은 기분'으로 사느냐가 결정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평범하던 아침이 즐거운 아침으로 변하는 순간을 더 늦기 전에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