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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의 여유도 치열하구나

시골쥐의 서울여행

충청북도 홈페이지에서 도시농부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다. 1월 동안 집중 모집기간이라고 한다. 군청 홈페이지에선 귀농귀촌을 하고 있는 농업인을 지원해 주는 사업도 보였다. 농촌 체험 사업을 운영할 마을이나 단체를 모집한다는 글도 보인다. 도시 사람들을 농촌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런 모집글을 보다가 문득 작년 겨울 서울에 놀러 갔다가 경험한 일이 떠올랐다.



여행의 목표

작년에 언니가 서울에 있어서 언니도 볼 겸 아이들과 함께 서울로 놀러 갔다. 이번 서울투어의 목표 '더현대 삼프로TV 스튜디오' 눈도장 찍고 오기였다. 매일 아침 애청하는 삼프로티비의 현장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여행 목표가 소박하면 여행은 부담이 없다


서울은 생각만 해도 답답하고 복잡하고 화려한 곳이다. 나름 내 고향 부산도 대도시이건만 서울과는 비교가 안 된다. 더군다나 시골에서 적응하고 살다 보니 서울은 더 부담스러운 곳이 되었다. 나에게 서울은 갈 때 신지만 떠날 땐 더 신나는 그런 곳이다.


배터리가 작은 나는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 싫다. 기가 쪽쪽 빨려나가는 느낌이다. 대형마트에만 들어가도 어지럽기 시작하는 그런 사람이다. 이런 내가 소박한 목표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더현대를 찾아갔다. 



여의도 더현대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며 쇼핑은 더없이 귀찮은 것이 되었다. 미루고 싶은 숙제와 같다. 더현대 백화점에 가도 살 것도 없고 구경하고 싶은 것도 없다. 정말 그냥 얼마나 큰 건가 궁금했고 삼프로TV 스튜디오가 보고 싶었다. 


오전 10시 30분 백화점 개장시간에 딱 맞게 도착했다. 개장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지하 식당가를 찾아가 아점을 먹기로 했다. 먼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하고 돌아왔는데 조금 전까지 보였던 빈자리가 꽉 차고 키오스크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아니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나타난 거야? 신기하다 못해 무서웠다.


식사를 마치고 삼프로TV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연휴라 스튜디오 문은 닫혀 있었지만 "내가 왔다!"라고 인증샷 찍은 것만으로도 너무나 뿌듯했다. 서울나들이 목표달성! 그 와중에 스튜디오로 가는 길목까지 아이돌 가수 굿즈 구입하려는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 우와, 사람 진짜 많다!



스타벅스

더현대 백화점 각 층을 둘러보았다. 엄청난 규모에 감탄했다. 그런데 백화점 큰 것보다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더 놀랬다. 백화점이 크다 보니 내부에서 이동하는 것도 꽤 힘들었다. 서울사람인 언니를 따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러 스타벅스로 갔다.


지하 2층에 있던 스타벅스에도 사람이 진짜 많았다. 앉아서 쉬려고 갔는데 치열한 자리싸움이 기다렸다. 빈자리가 없어서 눈치싸움을 해야만 했다.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살피다가 누군가 일어나는 순간 냉큼 자리를 향해 돌진했다.  눈치게임 때문에 서두르다가 커피가 흘러넘쳤다. 서울사람들은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이렇게 부지런히 쟁취하는 것인가. 시골쥐는 이해하기 힘든 험을 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한적하다 못해 고요한 우리 동네가 참 반갑다.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하구나 새삼 느낀다.


경쟁에 지친 서울 사람들이여 시골로 와라. 빈자리 넘치는 멋진 카페가 시골에도 많이 있다. 진정한 여유를 찾고 싶다면 백화점 스벅이 아니라 시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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