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생활자의 업무일지
독서노트, 독서 다이어리
독서와 기록은 늘 함께 한다.
책을 읽고 간단하게 기록하기도 하고, 서평이나 독서 에세이 등, 지면을 채우는 글쓰기 기록도 있다. 다양한 형태로 쓰고 여러 곳에 발행한다. 글쓰기 플랫폼의 필수 메뉴도 책리뷰 같은 독서 관련이다. 브런치뿐 아니라, 블로그, 인스타, 페이스 북 등 아주 오래되고 클래식한 쓰기의 공간이다.
독서 생활자에게는 업무 일지로서의 기록이 있다.
직장에 있을 때는 일간, 주간, 월간 업무에 대한 메모와 진행, 성취, 수많은 회의록 등 나름의 고유한 형식으로 업무를 기록한다. 이런 형태의 기록에 익숙한 사람은 독서 역시 업무처럼 기록하기도 한다. 단순히 책 읽기를 취미로 한다면 굳이 필요치 않은 독서 업무일지. 독서 노트, 또는 독서 다이어리이다.
월간 계획과 회고, 주간 계획과 회고 등, 미리 계획해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은 후에는 업무 보고 형태로 기록한다. 읽어야 하는 책과 읽고 싶은 책, 약속에 의해 이루어진 독서와 자발적 독서, 기한이 있는 독서 등 다양한 형태의 독서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병렬 독서가 되고, 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시점을 기록한다. 서평 약속, 책 반납, 독서 모임 등 독서를 생활의 주요 부분으로 한다면 비슷하게 이루어지는 일정들이다.
주간 계획에는 그 주에 읽어야 하는 책을 배치하여 목표를 만든다. 매일 일기 쓰듯이 그날 읽은 책들 중, 수집하고 싶은 문장, 단상 등을 짧게 기록한다. 정해진 양식은 없다. 각자의 취향대로, 아날로그, 디지털 기록을 넘나들며 채워나간다. 하루의 독서를 기록하는 시간 역시 일정하게 갖으려 한다. 이 역시 습관이 되어야 하고, 루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어떤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하기 어렵다.
우리가 업무 일지를 쓰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보낸 시간을 증거 하기 위함이다. 그 안에는 기록과 역사가 있다. 독서 역시 마찬가지로 읽을 책과 읽은 책, 읽고 있는 책의 구분이 있어야 한다. 언제 읽기 시작해서 끝냈는지, 나의 평가는 어떤지, 읽은 후 바로 남기는 짧은 생각 등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습관을 들이고자 트래커를 만들어본다. 책을 읽은 날과 완독이 포함된 날, 읽지 않은 날 등을 구별한다. 독서가 생활이 되면 트래커의 표시는 그리 어렵지 않다. 독서 목록을 작성하고, 페이지도 정리한다. 인덱스를 만들어 놓으면 찾아보기 쉽다.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찾을 일이 의외로 많다. 디지털 독서 어플 등을 사용하면 아카이빙이 용이하다. 찾기와 검색 기능이 돋보인다. 요즘에는 노션 템플릿을 사용한 기록도 많이 보인다. 병행하고 있지만, 주요 기록은 아날로그로 하고 있다.
독서노트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필사는 별도의 노트를 만들기도 한다. 많은 독서가들이 필사노트를 갖고 있다. 필사에 적합한 노트는 만년필 테스트로 구별되는 경우가 많다. 만년필의 뒷비침이 적고, 잉크가 번짐 없이 잘 스며드는 적당한 중량과 색생을 갖는 노트를 고른다. 필사는 독서 생활자의 주요한 활동이다. 이는 따로 지면을 할애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읽고 싶은 책 목록, 독서 빙고, 독서 관련 버킷 리스트 등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생활로서의 독서를 지탱하기 위한 습관과 지속성, 창의적 재미가 함께 있어야 한다. 업무일지라고 딱딱한 그것을 떠 올리면 곤란하다. 독서 노트는 수행인의 특성과 취향을 잘 반영하여 만들 수 있다 100인이면 100가지 구성이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노트도 있지만, 독서 생활인이라면 스스로 구성하는 노트를 쓰고자 할 것이다. 단순 독서와 구분되는 요소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은 독서를 위함이다. 주객이 전도되어 업무 일지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생활로서의 독서는 위기를 맞는다. 무엇을 위함인지 스스로 규정해야 한다. 기준도 있어야 하고, 그에 맞는 기획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업무 일지보다 더 세심하게 기획해야 하는 이유는 독서는 무너지기 쉬운 취미이기 때문이다. 책 보다 자극적인 흥밋거리가 넘치지 않는가. 업무일지에 재미를 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