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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Apr 14. 2024

갈고닦음

조금씩 갈고닦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

손톱정리


학창 시절에 우연히 기타를 접하게 됐습니다. 어려서부터 악기 다루는 걸 좋아했는데 기타와 피아노는 다른 악기보다는 비교적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는 악기였습니다.


가요 반주도 재미있었지만 클래식 기타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그 흔한 로망스 1절 하나 겨우 마스터하고 나서 그 뿌듯함이란.


그 이후로 줄곧 기타는 저의 주요 취미생활 중에 하나가 되었어요. 어설픈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악기를 하나 다룬다는 것은 몰입할 수 있는 도구를 하나 얻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타를 치게 되면 오른손의 손톱은 보통 기르게 됩니다. 저 역시 오른손의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이렇게 4개의 손톱만 기르거든요. 평생 매니큐어를 발라본 적도 없고요.


저의 학창 시절에는 가끔 두발 검사와 손톱 검사를 했었습니다.(연식 나오나요?)


머리와 손톱이 길면 지적을 받았죠. 검사자(선생님이나 선도부장)가 와서 두발 상태를 보고 손을 쭉 펴보라고 합니다.


전 오른손가락 네 개는 접고, 왼손과 오른쪽 새끼손가락, 즉 6개의 손가락만 쫙 펼쳐서 보여주는 바람에 어이없는 웃음과 약간의 썰렁함을 자아내게 하는 분위기를 연출도 했지요.


그래도 굴하지 않고 4개의 손톱만큼은 살짝살짝 기르고 다녔습니다. 지금까지요.


어느 날 기타리스트를 만나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손톱을 손톱깎이로 깎아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매일 줄(사포같이 생긴)로 갈아서 기타 줄이 닿을 때 섬세한 소리가 날 수 있게 간다고 합니다. 그분에게는 일종의 손톱 가는 것이 그분만의 의식(ritual) 같았습니다. 하루 정도만 안 갈아도 소리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저도 그 이후엔 거의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줄로 갈라고 노력(?)은 합니다


거울


어렸을 때 청소하고 나면 부모님에게 듣는 칭찬이 참 듣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거울 청소를 그렇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분무기로 유리세정제를 뿌리고 신문지로 문질러 닦아주면 반짝반짝 윤이 났거든요. 깨끗한 거울은 청소의 상징인 듯 눈에 먼저 들어오니까 청소한 티가 팍팍 났습니다. 칭찬받기 딱 좋은 표적이죠.


거울을 볼 때 자기 얼굴 반대의 모습을 본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얼굴과 거울로 보는 얼굴이 다르게 보인다는 얘기죠. 만약 우리가 자화상을 그린다면 거울을 보고 그리는 것보다는 사진으로 보는 게 지금의 내 얼굴과 비슷한 얼굴이 나올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 얼굴조차도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남자들은 주로 거울을 볼 때 자신 있는 부분을 보고, 여자들은 자신 없는 부분을 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딸이 어렸을 때 친구에게 들었다는 얘기는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지금 나의 얼굴은 전생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입니다. 전생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지금의 내 얼굴이 되어 매일매일 거울을 통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을 선물해 주는 것 아닐까요.


코칭에서도 코치는 맑은 거울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코치가 감정을 잘 조절하고 잘 닦인 거울이 되었을 때 상대방은 그 맑은 거울에 자신을 제대로 비춰 보면서 자각하고 인식을 일깨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마음의 거울을 열심히 닦아야겠습니다.


유리세정제와 신문지는 필요 없습니다!



기타와 거울을 보며 '갈고닦음'의 일상이 코치로서 성장하는  삶이 아닌가 하는 소소한 성찰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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