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요
책 ‘음악 소설집’에는 ‘안녕이라 그랬어’ 제목의 소설이 나온다. 영어 노래 가사 가운데 I’m young 부분을 한국말 ‘안녕’으로 잘못 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반갑다’와 ‘잘 가’ 외에도 평안함의 뜻까지 가지고 있는 안녕에 얽힌 이야기는 소설 밖에서도 일어난다. 어느덧 나는 안녕 사용 수집가가 되어서 이 말을 듣거나 말할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안녕’이란 말이 처음으로 슬프게 다가왔던 날은 친구 엄마의 장례에서였다. 발인하는 날 화장터에서 친구의 동생이 화구 안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관을 보며 말했다.
“엄마, 안녕…….”
동생은 유리창에 손을 대고 흐느끼며 울었다. 옆에 있던 나도 동생의 어깨를 감싸주며 함께 울었다. 마지막 인사라니 너무 슬펐다. 그로부터 7년 뒤에 나도 아빠를 떠나보내면서 같은 인사를 했다.
"아빠, 안녕……."
이후에도 이 말을 ‘잘 가’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했다. 한동안은 안녕이란 말을 멀리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반가움의 ‘안녕’이 찾아왔다. 사랑이를 만나기 전 사촌 오빠가 갓 태어나 꼬물거리는 강아지 영상을 자주 보내왔다. 1월 1일 새해에는 “엄마, 안녕?” 하고 메시지와 함께 작고 귀여운 사랑이 사진을 보냈다. 무척 반가운 안녕이었다. 왠지 2021년이 좋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고 진짜 그랬다. 그해 나는 사랑이와 함께 살게 되었고 몇 개월 뒤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유독 내게 “안녕?” 하고 밝게 인사하곤 했다. 또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카톡으로 “안녕?”이라고 보냈다. 밝고 즐거운 인사였다. 나는 그게 좋아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했고 그때마다 아침 인사 카톡은 항상 와있었다. 이때부터 내 슬픔도 점차 옅어졌다.
안녕은 평안의 뜻에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오랜만에 안부를 전할 때 그동안 안녕하셨냐고도 말하니까 은근히 쓰임이 많은 말이다. 얼마 전 영화 ‘안녕, 할부지’를 봤다. 총 4번을 영화관에서 봤으니 나는야 푸덕이 이모다. 영화에서 푸바오가 한국의 대중들과 마지막으로 만나던 날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인사했다. 때마침 영화의 배경 음악도 가수 김푸름이 부른 ‘안녕’이었다.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로 시작하는 노래는 듣자마자 뭉클했다. 푸바오에게 더 큰 행복을 찾아가라고 눈물로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번에도 안녕은 슬펐다. 하지만 3개월 뒤 중국에서 푸바오와 재회할 때 강바오님이 말했다.
“안녕, 푸바오.”
반갑게 손 인사를 건네는 강바오님과 푸바오를 보며 다시금 ‘안녕’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 삶에는 정말 많은 안녕이 숨어있구나. 앞으로도 빈번하게 사용될 말이지만 반가움으로 더 많이 말하고 싶다.
날씨 좋은 날 문득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곳에는 내가 사랑했던 존재들이 있다. 가끔은 몰래 손 인사도 하며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린다. 그리고 지금은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을 여전히 사랑하는 그들에게 묻는다.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