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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용 Jun 18. 2023

가해자 콤플렉스

외과의사의 숙명 - 제다이로 살기 -


자야 하는데... 자꾸 떠올라... 이러다 아침?...

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다. 벌건 눈을 위로하면서 출근길에 나선다...

그 환자는 밤새 잘 있었을까?

오늘의 염증 수치는?

약화는 생기지 않았는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가운데 운전대를 잡고 있다.

수술 후 감염증이 생긴 환자를 재수술을 한 후 월요일 아침 필자의 출근 모습이다.


수술 후 합병증은 아무리 적은 확률이라도 외과적 수술에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수술의 경험이 쌓이면서 변수들은 제거되고 부작용은 적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로가 되지는 않는다. 일단 합병증이 발생하면 아무리 경험 있는 의사라도 마음의 동요가 일어난다. 마치 내가 가해자가 된 것 같은... 가해자 콤플렉스이다.


가해자 콤플렉스를 일으키는 요인은 병의 경중보다는 내가 치료한 결과인가 아닌가의 여부이다. 아무리 심각한 문제가 생긴 환자라도 내가 원인 제공자가 아닌 경우에는 콤플렉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에 잠도 잘잔다. 반대로 내가 손댄 환자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왠지 모를 죄책감과 함께 스트레스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잠을 못 자거나 꿈에 나오기도 한다.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마냥 슬퍼하거나 우울해 할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냉정을 유지하면서... 2차 가해를 예방하면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이번 문제를 교훈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핑계를 댈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인체는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이고 병의 정체 역시 알 수 있는 부분과 미지의 부분이 혼재되어 있는 복잡한 상황의 덩어리이다. 외과적인 조작으로 병을 치료한다는 행위에는 태생적인 위험이 존재한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이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완벽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두 꿰고 변수들을 제거하면서 전문가가 되어간다. 심지어 가해자 콤플렉스마저도 극복한 숙련가가 아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필자가 그 안내자가 되어 주면 좋겠다. 비록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태연한 얼굴을 하고, 약간 떨면서 그렇지만 반갑게 그 콤플렉스를 맞이하겠다. 그러니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안심낙관을 위해서 오늘도 섹시하게 분투하는 아저씨가 지구상의 어느 구석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요약: 모든 수술에는 숙명적으로 합병증의 위험이 존재하고, 치료자의 콤플렉스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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