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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뚜 Jul 08. 2023


가슴은 답답한데 이유가 없다.

아니 이유가 없는게 아니라 찾지 못하는 건가? 찾기 싫은 건가?

숨이 막히게 답답증이 오는 날이면 차라리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동해바다의 넓고 깊은 바다와 집어 삼킬듯 거친 파도를 보면 좀 시원해 질 것도 같다.

지치지도 않고 규칙적으로 돌아오는 답답증에 돌아버릴 지경이다.

사무용의자에 앉아 불편한 몸둥아리를 이리저리 비튼다. 주리가 틀린다는 비유가 딱 지금의 내 모습이다. 앉아있으면 몸은 뻐근하고 명치는 눌려 숨쉬기도 버겁다. 이놈의 명치에 걸린 답답증은 어릴때부터 평생 따라다니며 애를 먹인다. 부피까지 키워가며. 답답한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면 이미 고질병이 된 다리와 허리에 압박이 가해지며 고통이 찾아든다. 윽 소리가 절로 난다. 어디 하나 마음에 차는 게 없다. 참 거시기한 상황이다.


요즘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긴 병의 환자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죽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늙어가는 몸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퇴행성.., 그렇고 그런 것들이 몸에서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면 기어이 고통을 달고 살게 된다. 걸어다녀도 아프고 앉아 있어도 아프고 자는 중에도 아프다. 겨우 이년차인 나는 벌써 버겁고 우울하다. 아직 긴 날들이 기다리고 있고 이미 시작된 노후화는 불치병인데. 나는 버겁기만 하다. 어르신들은 젊은 것이 벌써 그래서 어쩌냐고 한다. 난들 그러고 싶었겠나. 젊어 너무 막 쓴 건지, 스트레스의 결과물인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도 아프지않거나 불편하지 않은 날이 없다. 병원을 전전하지만 뚜렷한 변화는 없고 거기서 거기인 치료방법만 제시된다. 별 방법이 없는 게다. 이미 몸뚱아리는 늙어 기능이 죽어가고 있고 결국 죽음의 길로 걸어가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누구보다 바쁘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하는 환경 속에 덩그러니 떨어져있는 나는 큰 난제를 만나 주춤거리고 있다. 그래서 답답증이 오는 걸까.


이런 와중에도 가쁜 숨은 쉬어지고, 배는 고프고, 잠은 들다. 죽을 병은 또한 아니다. 그러니 결국 내 버릇대로 징징대는 건가, 야단이라도 맞아야 하나?


여름이다. 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이 존재하는 그 계절. 비가 오고 습도가 높아지고 고온현상에 숨이 막히고 다들 휴가를 내고 가족과 여행을 떠난다.

가족과의 여행. 함께하는 가족. 가족. 내 명치에 걸려있는 단어. 명치와 머리를 헤집는 단어. 엎친데 덮친다고 답답증에 영양제를 투여하는 단어.


그래서, 나는 오늘도 명치를 꽉 누르는 답답증이 찾아 온게다. 이놈의 명치끝은 변하지도 않는다. 현실에 만족하고 살자고 이만하면 되었다고 아무리 머리가 달래도 이미 자리잡은 이 놈은 변함없이 나를 옭죄인다. 숨이 차다. 질식할 거 같아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마당에 섰다. 나른한 햇볕을 받으며 벤치에 업드린 길고양이 두마리, 이미 길고양이기를 포기하고 사람만 보면 다가와 애교를 떤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애교가 제법 귀엽다. 먹이를 얻으려는 노력이 가상하여 사료를 내어준다. 사료를 얻어먹던 녀석들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눈빛이 따뜻하다. 먹이를 먹다가 저희들끼리 서로 머리를 부비기도 한다. 좋겠다. 세상 만족하는 너희 표정이 대상감이다.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역지사지가 된다. 집도 없이 떠돌다 사료라도 얻어 먹겠다고, 싫다며 뿌리치고 쫒아내는 내게 애교를 부리는 녀석들을 본다. 버티고 견디며 살아가는 녀석들이 대견해 피식 웃음이 세어 나온다. 배부른 둘이 온 마당을 뛰어 다닌다. 나란히 나란히 움직이는 녀석들이.., 나는 부럽다. 한가하고 따뜻한 점심의 어느 날이다.

이러저러 하다보니 숨이 좀 쉬어진다.

다시 일 해야겠다.


어쩌겠나. 살다보면..,

살려면 견뎌야지. 버텨야지. 그게 또 내 주특기 아니었나. 저 녀석들도 저렇게 버티며 살아가는데 하물며 나는 더 잘 버텨야하지 않겠나.

오늘도 몰아쉬는 숨속에 '이 또한 지나가리' 최면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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