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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뚜 Aug 10. 2023

사는 게 다 중독이다

레일 위를 천천히 달린다. 인생의 철길에서 완만한 내리막 길을 달리지만 시간을 쌓은 바퀴는 결국 의지와 상관없는 속도를 만들어 내고 눈 깜빡이는 사이에 끝을 향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낭떠러지이다. 어디인지 모르고, 떨어진 후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돌아온 사람이 없어 어떤 곳인지 모르는 그런 곳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게 인생인거 같다.


나는 인생의 철로위를 아주 천천히 걸었다. 마치 남의 인생인 것 마냥 그렇게 구경에 열중했다. 남의 인생 위를 걷는 것처럼 천진스럽게 걸었다. 방관자로 위장한 덕분에 언제나 밝고 행복한 척 할 수 있다.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놀러온 배짱이처럼 그렇게 저벅저벅 세월을 좀 먹다보니 어처구니 없게도 인생 반백년만에 지금 이곳에서 안절부절하는 중이다.


그동안은 어떤 이의 조력으로 남들처럼 예쁘게 포장하며 살았다. 조력자의 아낌없는 지원은 나의 뇌를 마비시켰고 중독된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력자에게 중독되어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조력자는 나에게 사랑을 속삭였고, 내게 주는 모든 것에 사랑을 담았다고 온몸으로 알려주었다. 나는 당연해지고 있었다. 뻔뻔함은 도를 넘고 넘죽 넘죽 받아 먹는 배려는 아마도 죄를 생산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처럼 살수 있있다. 조력자의 사랑은 희생이었다. 나는 여행도 가고 비싼 가방도 들고 다녔다. 그의 희생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나의 행복이었다. 중독은 달콤하다. 빠지기 쉽고 헤어나오기는 어려운 특히 달콤한 조력자의 사랑에 중독되어 나는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갔다.


인생 철길 위를 나란히  달리던 나의 조력자는 힘이 빠지고 지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가 내 인생에서 탈선해 버릴거라고는 상상한 적 조차 없었다. 인생 중반 즈음의 어느 한 길에서, 이미 가속도가 붙어 속도감에 어지러운 인생에 나만 남겨져 어리둥절 하는 중이다. 사랑의 부재로 외로운 것은 기본이었고, 남들처럼 비슷하게 흉내내고 살던 삶은 변하고 헝클어져 남들과의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들과의 언어조차 달라진다. 도통 그들의 대화를 따라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외로움에 울부짖던 심장은 금단증상에 부들거리며 고통스럽게 그를 찾는다. 사랑을 잃어버린 슬픔이 무안하도록 이미 어긋나버린 삶의 잃어버린 것에 대해 절규한다. 아쉽고 아쉬워 어찌해야 하나. 삶은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방향을 틀었고 돌릴 힘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래서 중독은 위험하다. 중독되어 있던 사랑 하나를 잃었을 뿐인데, 그깟 사랑 하나 잃었을 뿐인데, 사랑으로 쓰라리던 자리는 생활이라는 발걸음의 무거움으로 흔들리고 절뚝인다. 버티기가 쉽지않다. 혼란스럽고 아프다. 이렇게 어지러운데 나에게 주어졌던 수십가지의 중독 매개들이 하나씩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면 벌써 두렵다. 눈이 시큰하다. 얼키고 설킨 철도들이 하나씩 나와 연결된 괘도에서 벗어나 영원의 이별을 하는 순간순간이 늘어난다는 상상만으로도 숨통이 조여든다. 참아 낼 수 있을까, 이렇게 아팠던 이별을 또 견뎌낼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괘도에서 이탈해 영원한 이별의 길로 들어가겠지. 그때에 그 누군가가 조금만 아팠으면 좋겠다. 그리고 금새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내가 세상에 존재했던 흔적이 함께 소멸하면 좋겠다.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참 좋겠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눈물이 날 거 같다.

상상으로도 슬프고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의 나처럼 아플까 봐 그럴까 봐 빨리 잊기를 바라면서도 그런 생각이 나를 아프게 한다.


나는 아직도 사랑에 목마른 중독자인가 보다.

아직 조력자가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한 중증중독자 인 모양이다. 조력자 당신 덕에 나 완전 중증 중독자가 되었나 보다. 사랑에 중독되어 정신도 못차리는 그런 사람이 되었나 보다. 나 어떡하지? 큰일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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